▶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리수용 북한 외무상 뉴욕 방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일반 토론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왼쪽)이 2015년 9월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유엔>
22일 반총장 주재 파리기후변화 협정 서명식 참석
실무회의 기간 중 장관급 대표단 파견 이번이 처음
우호관계 국가 대표들 상대로 활발한 외교활동 예상
■작년 유엔총회이후 7개월만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내주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해 9월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일반 토론’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후 약 7개월 만이다.
유엔 사무국 관계자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오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온실가스 감축 합의 ‘파리협정’(COP21) 고위급 서명식 행사에 참석한다,
리 외무상은 또 하루 앞서 21일 유엔 총회가 개최하는 ‘지속개발가능(SDG's) 고위급 토론’에 참가해 북한 대표 자격으로 ‘국가발언’(National Statement)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 5명은 18일 뉴욕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JFK)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이미 유엔 사무국에 리 외무상의 유엔 방문 VIP(귀빈) 예우 의전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며 대표부 직원들(참사관과 서기관)은 11일 오전 11시30분 유엔본부 제2회의실에서 열린 총회의장실의 ‘행사 참가 회원국 대표 대상 의전 준비 현황’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이 1991년 9월17일 제46차 유엔 총회에서 한국과 나란히 유엔에 가입한 후 매해 9월 유엔 총회 새 회기 시작을 장식하는 회원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인 ‘일반 토론’ 참석을 떠나 총회 실무회의 기간 중 장관급 관리를 단장으로 내세워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1992년 김영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 1999년 백남순 외무상을 국가 대표로 보냈으며 2014년과 2015년 연속 리 외무상을 뉴욕에 파견한 바 있다.따라서 리 외무상의 이번 뉴욕 방문은 매우 이례적으로 방미 목적이 다각적인 차원에서 주목된다.
유엔 사무국에 따르면 반 총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세골란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은 이번 고위급 협정 서명식 행사를 위해 195개 ‘파리협정’ 당사국 지도자들을 일일이 초청했다.
그 결과 12일 현재 60여개 국가수반•정상들이 유엔에 참석 의사를 통보해 놓은 상태이며 130개가 넘는 당사국 대표들이 당일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자메이카 몬테고 배이에서 1994년 열린 해양법조약 서명식에 117개국 대표들이 참석, 서명한 기록을 깨는 것으로 유엔 총회 ‘일반 토론’에 못지않게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행사이다.
이와는 별개로 모겐스 리케토프 유엔 총회의장은 지난 해 9월 리 외무상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그를 이번 ‘지속개발가능 고위급 토론’에 직접 구두 초청한 바 있다.그리고 같은 해 12월4일 북한을 포함한 193개 유엔 회원국에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리 외무상은 지난 해 9월27일 유엔 총회 ‘일반 토론’ 시기에 맞춰 열린 ‘2015년 이후 개발의제 채택을 위한 정상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해 ‘국가 발언’을 했다.
유엔 총회 의장실은 11일 회원국 대표부 직원들에게 이번 준비된 행사에 100여개 유엔 회원국을 대표한 국가정상•수반, 외교•환경 장관들과 국영•민간 기업,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리 외무상 일행은 이번 뉴욕 방문을 계기로 유엔본부 내외에서 우호적 관계 국가 대표들을 상대로 북한 정권을 선전하는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특히 상대국 대표들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달 3일 채택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와 역시 지난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새로운 북한인권 결의를 부정하며 강력히 비난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미 친북단체 대표들과 만남도
리 외무상은 또 미국에서 활동하는 친•종북 단체 대표자들을 만나 그들이 미주 한인사회에 반 한국정부 선전 선동과 미국 정부•의회를 상대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 촉구 운동을 더욱 강화하도록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친북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회장 윤길상 목사)는 지난 2년 연속 유엔 총회에 참석한 리 외무상을 초청해 환영 리셉션과 축하 음악연주 공연을 가진 바 있다. 리 외무상은 이외에도 이번 유엔 방문 중 반 총장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예방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에서 반 총장의 방북설이 또 다시 붉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은 지난 해 11월15일 한국 연합뉴스가 유엔의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방북 추진 소식을 보도함에 따라 논란이 일자 같은 달 23일 주유엔 한국대표부(대사 오준)에 설치된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소’를 찾은 자리에서 만난 한국 특파원들에게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두 번 유엔을 방문한 계기에 둘이 만나서 여러 가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며 “최근에 그러한 데 대해 약간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또 언제 방문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일자를 조정 중에 있는데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은 2007년 1월 유엔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 마다 방북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해 왔다.
■케리 장관과 만나 북미협상 재개 타진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 외무상의 이번 뉴욕 방문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오는 22일 행사에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참석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은 반 총장 초청 VIP 오찬과 만찬 행사에 자연스럽게 케리 장관과 한자리에 있게 된다. 실제로 주 유엔 북한대표부는 지난 해 10월1일 리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미 협상을 제안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뒤 뉴욕채널(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국대표부)을 가동해 미국에 직접 ‘평화협정’ 대화를 제안했으나 미국 측이 "북과의 모든 대화는 비핵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답변해 없었던 일이 돼버린 해프닝이 있었다.
북한은 그러나 그 이후 꾸준히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가 채택된 후 1달 만인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선전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일방적인 제재보다는 협상마련이 근본적 해결”이라며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출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을 비롯해 북한과의 모든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핵 포기 의사를 행동으로 보여야 하고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에 북한은 대화를 요구를 떠나 “핵 억제력(핵무기)은 그 무슨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자 6자 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자”고 일종의 절충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지만 미국은 “대화의 문은 닫혀있지 않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진정성 없는 대화에는 분명히 닫혀있다”며 북한이 ▲현행 핵 활동 동결, ▲믿을 수 있는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3대 비핵화 사전 조치를 이행해야만 6자회담 재개에 응할 수 있다는 기존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도 “지금은 (북과) 대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으로 리 외무상의 이번 뉴욕 방문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불투명하다.
한편 한국은 이번 유엔 행사에 정부 대표로 환경부 장관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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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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