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중국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자들은 그들을 소홀히 다루었다. 그들은 영웅호걸이 아니다. 그렇다고 흉악한 악인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탁월한 정치가나 명장들이 비장하게 세상을 마감할 때 가장 통탄해 마지않는 대상은 자신의 정적이나 적수가 아니다. 좋은 말만 늘어놓다가 한순간 낯을 바꾸는, 그리하여 아군인지 적군인지, 친구인지 원수인지 알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누구일까. 소인(小人)들이다. 중국의 문화평론가 위치우이가 내린 답이다.
태평성대는 난세(亂世)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소인이 날뛰는 세상, 다시 말해 간신(奸臣)들의 전횡으로 점철된 것이 5000년 중국역사라는 한탄이다.
한국 역사도 마찬가지다. 숱한 국난의 뒤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 간신들이었다. ‘간신은 비(碑)를 세우고 이름을 새겨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 그 뒤틀린 역사를 돌아보면서 다산 정양용이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던진 충고다.
이처럼 역사에 짙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소인, 간신이다. 조금만 방치하면 마구 번져가는 곰팡이 같다고 할까. 그 질긴 생명력은 역사의 발전을 막아왔다.
간신이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트 4.13’의 한국정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현상이다. 탄핵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맞은 처지로 그 정황에서도 서로 손가락질에 여념이 없다.
먼저 떠오른 말은 ‘총선참패 5적론’이다. 총선패배의 책임을 5인의 당 수뇌부에 돌리면서 그들을 대한제국 최악의 간신 을사5적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것이 ‘한 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란 명언(?)이다.
민심은 나몰라다. 그러면서 권력 앞에서는 입안의 혀처럼 군다. 결과는 궤멸적인 패배다. 그런데도 반성도 없이 당권을 쥐려든다. 그 진박(眞朴)에게 비박(非朴)이 퍼붓는 비난이다.
간신은 그러면 손바닥에 금이 없을 정도로 아첨만 하는 무능력자들인가. 아니다. 스펙이 화려하다. 유능한 인재로 보인다. 그런 인물에서도 나온다. 그런 인물일수록 지도자의 눈을 가리기 쉽다. 때문에 그 폐해는 더 크다.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다). 2015년의 4자 성어였던가. 독선과 불통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것은 아첨이라는 꽃이다.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지도자 아래서는 유능한 인재도 아첨꾼이 되고 만다.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지도자에 달린 것이다. 그래서 동양의 지혜는 지도자가 지녀야 하는 으뜸 덕목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지인지감(知人之鑑)을 꼽는다.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쓰는지 여부에 따라 한 지도자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부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점수를 받고 있을까. 지난 3년 동안의 치적으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포스트 4.13’의 한국정국이 그래서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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