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이렇게 복잡한 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한인이 많다. 미국 대선은 원래 복잡하다. 지금까지는 각 당 선두주자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통례였기 때문에 복잡한 룰이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공화 민주 양당 중 룰이 특히 복잡한 것은 공화당이다.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비례 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예선이나 코커스를 통해 각 후보가 얻은 표 비율로 대의원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버니 샌더스가 계속 선거에서 이기는 것 같은데 대의원 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53%대 47%로 이겨봐야 나눠 갖는 대의원 수는 거의 같다. 사실 이겼다 해도 결과에 차이가 없는 것이다. 차이를 내려면 남은 선거에서 70%대 30% 정도로 이겨야 하는 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 경선은 힐러리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공화당은 좀 다르다. 주마다 대의원 선출 방식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주는 비례 대표제를, 어떤 주는 승자 독식제를, 또 어떤 주는 이 둘을 섞은 혼합제를 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긴 플로리다, 존 케이식이 이긴 오하이오는 승자 독식제를, 테드 크루즈가 이긴 위스콘신은 혼합제를 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크루즈는 위스콘신에서 이겼지만 42명의 대의원 중 36명만 가져갔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와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느냐는 상관이 없다.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은 코커스를 통해 뽑힌 대의원이 다시 투표를 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간접 선거인 셈이다. 이런 방식은 인사이더 게임에 강한 크루즈에게 유리하다. 그는 34명의 콜로라도 대의원 전부와 25명의 와이오밍 대의원 중 23명을 차지했다. 트럼프가 사기라고 아우성치는 것도 이해는 간다.
19일 열린 뉴욕 공화당 예선은 비례를 원칙으로 하지만 승자 독식 요소를 가미했다.
총 95명의 뉴욕 주 대의원 중 81명은 27개 연방 하원의원 지역구에서 지역구 당 3명씩 뽑는다. 한 후보가 그 지역구 표 중 50%를 넘게 가져가면 3명 모두 독식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승자가 2명, 차점자가 1명을 갖게 된다. 단 2등이라도 최소 20% 이상 표를 얻어야 한다. 나머지 14명의 대의원은 50% 이상 표를 차지한 승자가 있을 때는 승자가 모두 갖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표수대로 나눠 갖는다.
올 6월 공화당 예선을 치르는 가주는 연방 하원 지역구별 승자 독식제를 택하고 있다. 그 지역구 승자가 지역구당 배당된 3명의 대의원을 모두 가져간다. 별도의 주 전체 대의원 10명은 가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차지다. 올해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가주민들이 결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총 172명에 달하는 이들 대의원을 누가 가져갈 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가주가 대선 후보 결정에 발언권을 행사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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