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언론에 가장 뜨겁게 등장하고 있는 단어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다.
일본 구마모토와 남미 에콰도르 등지서 큰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번 지진발생 지역들이 자리 잡고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둘러싸고서 고리모양으로 분포한, 지진과 함께 화산활동이 가장 잦은 지역에 붙여진 이름이다. 뉴질랜드에서 일본을 거쳐 베링해협, 그리고 북미와 남아메리카 해안지역까지 2만여 km로 이어져 있다.
물론 LA가 자리 잡고 있는 캘리포니아도 ‘불의 고리’에 속한다.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고 멕시코에서는 화산이 폭발하자 “캘리포니아에도 빅원이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소 지진공포를 안고 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로서는 자연스런 반응이다.
하지만 일본 지진과 에콰도르 지진은 우연히 같은 시기에 발생한 것일 뿐 둘 사이에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두 지진은 별개의 지각활동에 의해 일어난 것이며 판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인구 밀집지역에서 잇달아 일어나면서 한층 더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진도 7.3으로 수천명의 사망자를 내고 건물 40만채를 파괴시켰던 고베지진보다 4배나 강했다. 하지만 피해는 훨씬 적었다. 구마모토의 인구밀도가 고베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이었지만 내진설계 등 고베 참사 이후 대비책을 잘 준비해 온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인프라 전문가 피터 하스는 “규모 7.0으로 31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0년 아이티 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공학적 재난(disaster of engineering)이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공학적으로 제대로 대비만 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자연이지만 피해규모는 인간의 대비여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UC버클리 연구팀은 빅원이 일어날 경우 LA에서만 1만5,000채의 건물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시정부는 붕괴 위험이 높은 건물들에 대한 조사와 사전예방 작업을 벌이겠다며 밝혔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최근 꿈틀대고 있는 ‘불의 고리’는 지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지진예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일어날지 어쩔지, 또 일어난다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지진 때문에 너무 마음 졸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럴만한 정신적 여력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지진 대비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 또 정부와 건물주들은 자연이 심술을 부릴 경우 어떻게 하면 ‘공학적 재난’만은 피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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