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들 10년간 기다려온 저소득층 아파트
▶ 고소득 부유층에 헐값으로 논공행상 선심

엘리오 치암파넬라(75)가 10년을 기다린 끝에‘임대 스캔들’ 폭로 덕에 입주하게 된 아파트의 발코니에 서 있다.
시정부는 수천동의 아파트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현황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정확하게 몇 채나 되는지, 누가 어디에 사는지…아는 사람이 없었다.
로마의 새로운 임시 행정관 프란체스코 파울로 트론카의 스탭들이 9개의 상자를 발견할 때까지 그랬다. 그리고 상자들 안에는 전직 시장들이 남겨둔 약 1,200건의 입주관련 서류들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지난 몇 년간, 일부는 수십년간 월세 10유로의 헐값에 임대되고 있었다. 일부는 자선단체나 대사관 용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아파트였는데도 부패한 지난 행정부들이 투표 등 정치적 대가로 시공무원이나 노조회원, 친인척들에게 논공행상 식으로 나눠준 것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법이 있으면 어떻게든 우회하는 길을 찾으려 하는 거…” 자신의 새 아파트를 구경시켜주면서 치암파넬라는 농담을 섞어 말했다.
로마는 영원의 도시다. 가슴이 터질듯 한 아름다움과 완벽한 빛이 흘러넘치는.
그러나 시정에 있어선 엉망진창인 것으로 알려진지 오래다. 로마 시정부가 개입된 마피아 카피탈리 재판은 아직도 계속 중인데 조직범죄가 시정부의 쓰레기수거 계약에서부터 난민수용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스캔들과는 관련이 없지만 미국에서 교육받은 외과의사 출신으로 2013년 ‘아웃사이더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던 중도좌파 시장 이그나치오 마리노는 지난 가을 시정부의 느림보 행정과 지나친 경비지출 등에 대한 주민분노가 폭발하면서 사임했다.
오는 6월 선거에서 새 시장을 선출할 때까지는 마테오 렌치수상이 임명한 행정관이 시정을 이끌게 된다. 시실리 출신의 임시 행정관 트론카는 지난해 밀란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렌치수상의 측근이다. 로마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시장실에 머물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아는 그는 대대적 개혁에 착수했다.
하우징 관련 서류들이 든 상자가 발견된 후 각 부처 공동조사팀은 어떤 계약 하에 공영주택들이 누구에게 얼마에 임대되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심층수사가 필요한 시정부소유의 아파트와 빌딩은 역사지구 안에만 500여개가 넘었다. 시 전체로는 수천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임대 스캔들이 지난 2월 지역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폭로된 후 트론카 행정관의 팀은 터무니없는 위반자들에 대한 퇴거조치를 시작했다. 치암파넬라 같은 저소득층을 위해 지은 아파트에 고소득자들이 버젓이 살고 있었다. 이번에 퇴거조치당한 한 사람의 연소득은 70만 유로(약 79만 달러)나 되었다. 퇴거조치는 계속되고 있는데 새시장이 당선되고 트론카가 물러난 후에도 계속될 지는 불확실하다.
로마의 한 정치해설가는 이번 임대 스캔들은 수세기동안 로마정치문화에 뿌리내린 후원제도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로마의 정치계급은 공동의 선을 위해 행정을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노조와 로비스트와 정당의 이익이 우선이었다”이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동안 이 역사적인 관광지구 내에서 싼 임대료에 입주해 있던 자선단체들은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억울해 한다.
한 난민구제단체는 시정부와 2차대전 직후의 가격(월 1유로)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현 입주건물이 1930년대 무솔리니 정부에 압류 당했던 자선단체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콜로세움 인근의 작은 아파트에서 4명 가족과 사는 한 사진작가는 이 아파트는 40년전 시청 관용차들을 정비하던 아버지가 보상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 가족은 현재 140유로의 월 렌트를 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아닌 행정부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파트를 빌려주고 잊어버렸다가 이제와 난리를 치는 것”이라고 그는 분개했다.
가장 난감한 케이스는 현 수상의 중도좌파 민주당의 지부가 사용하는 방 2개짜리 사무실이다. 1986년 당시 로마 시장이 임대료를 현 시세인 월 1,200유로에 준해 인상했으나 너무 비싸다고 항의한 민주당 지부는 지난 30년간 월 120유로만을 내고 입주해 있다.
지부측은 렌트 문제에 관해 시정부와 수차례 협의하려고 시도했으나 그동안 아무도 이 문제에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만이 아니었다. 마치 벽으로 막힌 듯 했다. 이 문제는 시정부 전체에서 아무도 들추기조차 원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늦었지만 모든 게 공개된 덕에 최소한 한 사람의 삶은 행복해졌다. 마침내 10년의 기다림 끝에 75세의 가난한 노인 치암파넬라는 자신의 집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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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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