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매사추세츠 운전기사 사측과 ‘승객 선택사항’ 합의
▶ “택시시대로 돌아가나” 혼란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의 운전기사들이 팁을 받는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그러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의 우버 기사들은 회사 측과의 합의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공식적으로 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우버는 요금에 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운전기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선택적인 팁’(optional gratuity)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
기사가 승객에게 직접 팁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차량 내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요금에 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인을 걸어놓아도 좋다는 사측의 승인을 확보한 셈이다.
집단소송에서 운전기사들의 법정대리인을 맡은 샤논 리스-리오단 변호사는 “이번 합의에 따라 팁은 우버 기사들이 올리는 수입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우버는 기사들이 팁을 받는 것을 가급적 억제하려는 입장을 취했다.
사업 초창기인 2011년 우버는 웹사이트를 통해 “앱으로 결제하는 요금에 팁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기사들은 우버가 실제보다 요금이 더 싼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팁을 요금에 포함시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회사가 요금에 포함된 팁의 일부를 사납금으로 떼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우버는 요금 규정을 “팁은 필요 없습니다”로 바꾸었다.
이번 합의로 우버가 팁 관련 정책을 공식적으로 변경한 것은 아니다.
앱을 통해 팁을 주는 옵션을 추가할 계획도 없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팁을 줄 것이라는 가정하에 요금을 인하할 의사는 더더욱 없다.
이에 비해 우버보다 덩치가 적은 라이벌인 리프트는 승객들이 앱을 통해 팁을 남겨두는 것을 허용한다.
미국인들은 어떤 서비스에 얼마의 팁을 주는지에 관해 합의한 적이 없다.
우버가 출현하기 전 평범한 보통 승객들은 영업용 차량 운전기사에게 팁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뒤집어 말하면 운전기사는 승객이 당연히 팁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기다.
리스-리오단은 지난 몇 년간 팁을 내지 않도록 훈련된 우버 이용자들이 팁이 문화적 규범이었던 우버 이전의 블랙카와 택시의 시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바로 이것이 혼란의 레시피”라고 진단했다.
우버, 리프트와 전통적인 택시는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한명의 기사가 같은 날 복수의 회사를 위해 일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균일한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에티켓애 관한 조언을 제공하는 출판사 ‘에밀리 포트 인스티튜트’의 공동사장인 리지 포스트는 “행동(behaviors)과 기대(expectations)에 변화를 줄 때에는 고객들에게 이를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며 “나라면 우버 기사에게 팁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혼자 속으로 끙끙대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밀리 포스트의 에티켓’의 공동저자인 리지는 “팁을 둘러싼 애매모호함을 없애야 할 책임은 우버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불간섭주의와 고객과 기사 사이에 현찰이 오가지 않는 결제시스템을 우버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이제 우버 운전기사는 탑승자에게 팁을 요구하는 것이 고객을 성가시게 만들고 결국 낮은 평가점수를 받는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는지 저울질해야 한다.
우버는 팁을 요구하는 운전기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평가점수가 지나치게 낮은 기사는 정기적으로 퇴출시킨다.
이번 합의로 더욱 많은 우버 운전기사들이 고객에게 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는 우버기사에게 팁을 줄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인다.
운전기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긴 마찬가지이지만 레드딧을 통해 이뤄진 집단토론에서 상당수의 기사들은 팁을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중의 한 명은 “나 같으면 친절한 고객에게 별점 네 개를 줄 것”이라며 “다섯 개의 별점을 받고 싶다면 지갑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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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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