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생일은 1976년 4월 1일 만우절이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액, 로널드 웨인 등이 전설처럼 차고를 개조해 사무실 겸 작업실을 만들고 애플을 출범시켰다. 이 구멍가게는 그 후 애플 퍼스널 컴퓨터로 세상을 바꿔놓더니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을 차례로 내놓으며 하이텍 혁명을 주도해갔다.
대학 1학기 중퇴자로 농장 노동자와 인도 요가 수행자 등 기이한 삶을 산 잡스의 인생과 맞물린 애플 신화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은 한 때 시가 총액 7,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기업이었으며 애플이 운영하는 아이튠 스토어는 세계 최대 음원 판매업체고 애플 브랜드는 2014년 현재 1,189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 애플이 요즘 흔들리고 있다. 애플 주가는 지난 2주간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당 9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이래 최장 기간 하락이며 지난 1년간 최고치인 133달러에서 30% 폭락한 것이다. 애플의 추락은 애플 제품 애호가에게만 관심거리가 아니다.
S&P 500대 기업 지수는 물론이고 30개 다우존스 산업 지수의 구성 종목이기도 한 애플은 거의 모든 펜션 펀드와 시장 거래 펀드(ETF)에 들어가 있다. 주요 투자가와 은퇴자 가운데 애플의 등락과 무관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애플은 왜 이처럼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든다. 지난 한 해 중국에서의 애플 매출은 26%나 급감했다.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는 중국 스마트 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중국 정부의 온갖 규제도 주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사상 통제를 목적으로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애플의 아이튠 무비와 아이북 스토어를 폐쇄 조치했다. 애플의 주 투자가인 칼 아이칸은 이에 분노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가 더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보다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이들을 차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이에 견디지 못하고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애플이 이들을 따라 하기에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대중국 시장은 애플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매출 신장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나왔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애플 제품을 대하는 일반 고객들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다. 전에는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였다.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고객들은 종교적인 열정으로 이를 지켜봤고 물건이 나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 서 이를 사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바이블’로 불리고 있는 컨수머 리포츠지는 최근호에서 애플 대신 삼성 갤럭시 S7의 손을 들어줬다. 아이폰 6S는 7위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차별이나 규제가 아니더라도 성능 면에서 다른 제품에 밀리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처음 1등은 한 번만 하면 되지만 이를 유지하자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과거에도 한 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문 닫기 일보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90년대 이야기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 회사 창업자이었지만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를 다시 모셔온 후 디지털로 가는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신제품 연속 개발로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에 우뚝 섰었다.
과연 이번에도 애플은 위기를 이겨내고 정상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90년대 애플의 부활은 잡스라는 희대의 천재 덕분에 가능했다. 쇠락의 길로 접어든 기업이 경쟁자를 물리치고 다시 옛 영화를 되찾는다는 것은 하이텍 분야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잡스의 후임인 팀 쿡이 제2의 기적을 만들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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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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