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누구의 일이 더 힘든가 논쟁이 붙었다. 친구와 나, 둘 다 직장 일을 아주 빡세게 했었고 최근에야 집에서 전업 맘을 하고 있어 여러 가지 비교가 가능했다.
나는 당연히 전업 맘이 쉽다고 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매일 아침 일찍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그 와중에 밥 먹고 대충 치우고, 늦을까 조바심 내며 한시간 넘게 프리웨이를 달려 회사에 가야 했다.
반면 전업 맘이 된 지금은 파자마 차림으로 아침도 먹고 도시락도 싸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와서 집안일 하고 운동도 하고 장도 보러가고 미리 저녁준비도 한다. 두가지 삶이 주는 스트레스의 차이는 엄청나다.
사실 직장에서는 일도 일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큰 골칫거리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늘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피곤해서 아이의 숙제도 제대로 봐주지 못했었다. 또한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보상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에 쓸데없는 쇼핑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아이가 사달라는 것도 쉽게 사줬다. 저녁에 잠깐 있는 자유 시간을 가족을 위해 쓰지도 못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니 몸은 더 바쁘다. 사무실에 있던 시간에 비해 집에 있으니 도무지 가만히 있는 시간이 없다. 집안 청소도 더 하게 되고, 여기저기 나가야 할 일도 많고, 아이가 갑자기 뭘 학교에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아파서 급하게 학교에서 데려와야 할 때도 있고, 장보러 가서 빼먹고 온 물건을 사러 마켓에 갈 일도 자주 있다.
아이의 병원 스케줄, 보이스카웃 모임, 과외공부 시간을 정하고 바꾸느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닌 가족의 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시간이니 돌아서면 머릿속이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몸이 조금 더 분주할 뿐이지 정신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없어 멍할 때가 많다.
반면 친구는 몸이 너무 힘들다며 차라리 직장 일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무얼 더 힘들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머리를 써서 고민하고 일하는 시간이 훨씬 힘겹고 스트레스가 강한 것 같다. 결국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처럼 ‘남의 돈 벌기’가 어려운 것이리라.
동료들과 고객과 함께 의논하고, 타협하고, 결정하는 시간들은 나를 내려놓고 나를 죽이는 연습이었다. 마음에 안 들거나 쉽게 풀리지 않는 일들로 고민하는 시간은 퇴근 후에도 계속 이어졌었다.
친구는 지금 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새롭게 전업 맘의 삶을 경험하는 데, 복잡한 스케줄에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으냐며 엄살이다. 아이가 셋 있는 후배는 아이들 없이 따로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직장 맘인 다른 후배는 직장에서의 해피 아워도 참석하고, 아이들 없이 주말에 친구들과 브런치도 하는 등 꽤나 자유롭게 살지만 여전히 퇴근 후 서둘러 집에 가서 저녁 짓고 아이들 돌보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한다. 바쁘더라도 그런 생활이 낫지 직장일 하지 않고 아이만 보는 건 더 못할 일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결국 전업 맘 직장 맘 누가 더 힘든지는 각자의 몫이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행복하게 사는 엄마, 열심을 다해 사는 엄마라면 어머니날에 충분히 축하받을 사람들이지 않을까. 마더스 데이는 직장 맘, 전업 맘 구분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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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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