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가 끝난 지 근 한 세대가 지났다. 그러니 이제는 구시대의 골동품 같이 들리는 조크의 하나.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한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브레즈네프는 멍청이다. 돌대가리다.” 바로 체포됐다. 무슨 혐의일까. 국가원수 모독죄. 아니다. 정답은 국가기밀 누설죄다.
언론의 자유가 없다. 시민의 알 권리가 철저히 봉쇄된다. 언론은 단지 당의 선전도구일 뿐이다. 공산체제의 특징이다. 그래서인가. 어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그 사건이 소문으로 떠돈다. 사람들은 그 때서야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상하고 아름답지 않은 나라. 북한에서 또 ‘북한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7차 노동당 대회를 열었다. 그 대회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북한은 외국 기자를 100명 이상이나 초청했다.
여기까지는 북한답지 않은 상당히 상식적인 조치였다. 그 다음부터가 ‘역시나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 ‘북한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당 대회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초청했다. 그런데 그 기자들의 대회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기자들에게 보도 완장을 비싼 값에 강매한 것도 역시 북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 그 ‘북한스러운 행태’의 하이라이트는 BBC 취재진 추방조치다. BBC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가 북한에 대해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CNN기자가 전하는 사건의 진상은 그 버전이 다르다. 한마디로 김정은을 모독한데 대한 보복조치라는 거다.
김정은을 아버지, 할아버지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그이(김정은)의 발걸음에 이 행성이 움직인다’라는 어마어마한 찬사와 함께 펼쳐진 무지막지한 우상화작업 무대가 7차 당 대회다.
그런 판에 김정은을 뚱뚱하고(corpulent) 성미를 예측하기 어려운(unpredictable)인물로 표현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위대한 지도자 원수’로 불리는데 그 호칭을 들을 말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사달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뭐 다른 말이 아니다. 사실, 진실유포는 체제 유지에 치명적 일 수 있다. 우상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때문에 진실은 결코 대중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국가기밀일 수 있다. 그 점을 새삼 알린 게 BBC 취재진 추방조치가 아닐까.
그 북한은 언론자유 문제에서 언제나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을 맴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C)가 전 세계 180개 국가를 상대로 조사한 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에도 179위를 차지해 어김없이 ‘북한스러움’을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문제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한국의 언론지수는 31위를 마크했다. 그러던 것이 계속 떨어져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10단계나 더 떨어져 역대 최저인 70위를 기록한 것이다.
무엇이 한국 사회의 투명성을 날로 악화시키고 있을까. 정치권력인가. 경제권력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시민권력인가. 어찌됐든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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