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9년 NBA 드래프트를 앞두고 스카우트가 내놓은 한 선수에 관한 리포트 내용이다. “그의 운동신경은 평균이하다. 골대 근처에서 좋은 득점원도 아니다. 드리블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하며 포인트 가드로서 좀 더 발전해야 한다. 그는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선수다.”
이 선수는 당시 약체로 분류되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의해 1라운드 7번 순위로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선수는 최고의 수퍼스타가 돼 있다. 10일 NBA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스텝 커리의 얘기다. 지난 시즌 MVP였던 커리는 이번 시즌에도 3점 슛 402개 성공이라는, ‘전대미문’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우며 팀을 정규시즌 리그 최다기록인 73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농구선수로서 커리의 과거는 아슬아슬했다. 고교시절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키에 체격도 호리호리했던 그를 주목한 대학팀은 거의 없었다. 메이저 대학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 그가 택한 학교는 데이비슨이라는 아주 작고 이름 없는 대학이었다. 여기서 커리는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 팀을 NCAA 토너먼트 8강까지 진출시키며 비로소 자신을 알렸다. 만약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그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못한 채 그냥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커리의 현재 키는 6피트3인치다. 프로선수로서는 여전히 작다. 그는 이런 단점을 치밀한 연구와 노력, 그리고 끝없는 연습으로 극복했다. 그는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수와 간격을 벌린 후 불과 0.4초 만에 전광석화처럼 슛을 릴리즈한다. 다른 선수들의 평균 릴리즈 타임은 0.57초다. 절대로 그냥 얻어질 수 없는 기술이다. 존재감 없이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커리의 성공은 모두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미국에 커리가 있다면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제이미 바디라는 무명의 축구선수가 이룬 인생역전 스토리는 한층 더 극적이다. 바디는 올 영국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레스터시티의 간판 공격수다. 오전에는 치료용 부목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축구를 하며 8부 리그 아마추어 팀에서 시작해 영국 최고의 골잡이에 오른 그의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된다. 이런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는 격려와 용기가 된다.
무엇이 미미했던 이들을 창대함으로 이끌었을까. 그것은 바로 ‘땀’과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분명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땀을 흘렸다. 또 힘들고 좌절할 때마다 꿈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섰을 것이다. 바디는 “자리가 정해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말을 했다. 환경이나 조건을 탓하지 말라는 얘기다.
흔히 스포츠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말한다. 스포츠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좌절과 영광이 얽혀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현실 속에서 인생역전이 얼마나 힘들고 드문지를 잘 알기에 ‘미생’으로 시작해 ‘완생’이 된 선수들의 스토리에 미소를 짓고 덤으로 삶에 유용한 교훈까지 건져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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