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군주는 한번 눈살을 찌푸리거나 미소를 짓는 일도 아껴야한다’(明主愛一嚬一笑)-. 중국고사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가 기쁨과 노여움 등을 얼굴빛으로 드러내면 그 심기를 살피고 아첨하는 무리가 생긴다. 정치가 혼란해질 수 있는 것이다.
표정 관리뿐이 아니다. 언어도 극도로 절제되어야 한다. 제왕학(帝王學)의 기본이다. 이 점에서 가장 철저히 훈련되었다고 할까. 그런 인물이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다.
그 태도와 언어가 장중함은 물론이다. 주관적 요소가 짙은 형용사나 부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묵하다. 그 엘리자베스 2세가 딱 한 번 정치성 발언을 했다.
재작년 스코틀랜드 분리주민투표 하루 전 스코틀랜드 주민들과의 얘기 중에서다. “유권자들이 스코틀랜드 독립에 관해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랍니다.(I hopes voters in the Scottish independence referendum will think very carefully about the future)”라고 한 것.
모가 안 난, 중립적으로 들리는 발언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이 난리가 났다. 저마다 해석은 달랐지만 결국 ‘경솔하게 독립에 찬성하는 투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의미라는 데 모두들 동의했다. 여왕의 그 한 마디 말 때문이었던가. 분리투표는 결국 부결됐다.
“그 때 중국인들이 몹시 무례했었다.” - 지난해 10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했다. 그러고 나서 7개월이 지난 후 나온 엘리자베스 여왕의 발언이다.
그 발언이 보도되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뾰로통해진 중국은 그 발언을 국내적으로 보도 통제하는 한편 영국 언론을 야만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외교적 처신에 있어서는 입신의 경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엘리자베스 여왕이 어떻게 그렇게 중국을 직접 비난하는 발언을 하게 됐을까. 그것도 거의 공개적으로. 90대 노년이 되다보니 말실수라도 한 것인가. 그보다는 ‘오죽했으면…’이란 생각이 앞선다.
중국의 외교적 무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떻게 비유해야할까. 갑자기 떼돈을 번 졸부의 우쭐대는 모습 같다고 할까. “가구배치가 풍수에 맞지 않아 방문을 취소하겠다.” “옷장을 붉게 칠해라….” 시진핑 방문에 앞서 중국 측이 내건 요구들이다. 그게 그렇게 보이는 거다.
‘세계는, 아니 전 우주는 중국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 중국 중심 사고방식이 문제다’ - 중국의 외교적 무례에 대한 또 다른 진단이다. 주변국가의 주권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중화(中華)사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중국식의 무례함은 외교뿐이 아니다. 아무데서나 제멋대로인 ‘어글리 차이니스’의 행태에서도 발견된다. 그 결과 세계인들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하면 ‘호전적이고, 거만하다’는 것이 세계인의 중국관이라는 보도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야만’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한 생명과 생명의 희생에 민감하다는 것은 문명국의 특징이다. 야만의 나라는 그와 정반대다. 야만일수록 생명의 희생에 무감각하고 인권 따위는 아예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외교적 무례에 앞서 생명과 인권의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은 문명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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