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요양원 실험, 간호사 병가일수 줄고 환자 만족도 20% 개선 “생산성 향상”잠정 결론
▶ 미국서도 통할까, 근무시간 단축효과? 고용주 추가 부담용의? 탄력근무제에 그칠 듯
일반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보통 하루 8시간이다. 따라서 주당 5일, 총 40시간을 일하면 풀타임 정규직원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정규직 직원의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려는 실험적인 시도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스웨덴의 스바르테달렌스 노인 요양원의 간호사들은 벌써 1년째 하루 6시간씩 4교대 근무를 한다. 물론 봉급과 베니핏은 8시간을 일할 때와 동일하다.
스바르테달렌스 요양원의 일일 6시간 근무제는 스웨덴 정부의 기금으로 진행되는 실험의 일환이다. 실험의 목적은 근무시간 축소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있다.
결론은 이미 “생산성 향상” 쪽으로 확고하게 굳어진 상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곳에서라도 근무시간 단축으로 고용주가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것이 스바르테달렌스 프로젝트의 잠정적 결론이다. 다시 말해 하루 6시간 근무제로 생산성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스바르테달렌스의 스태프들과 유사시설에 근무하는 통제집단을 상호비교하는 방법으로 작성한 프로젝트 데이터는 하루 6시간 일하는 68명의 간호사들은 컨트롤그룹에 속한 대조군에 비해 병가일수가 절반에 그쳤음을 보여준다.
또한 2주 사이에 사용한 휴식시간의 총합은 대조군에 속한 간호사들이 2.8배나 많았다.
스바르테달렌스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한 벵트 로렌존은 “간호사들이 자주 휴식을 취하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기분 좋게 일하면 근무연속성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하루 6시간을 근무하는 간호사는 환자에게 양질의 간호를 제공하며 업무관련 만족도 역시 20% 이상 개선됐다.
이와 함께 스바르테달렌스의 간호사들이 나이든 요양원 입주자들과 함께 하는 활동도 이전에 비해 64%가 늘어났다.
유럽에서 일일 6시간 근무제는 단순히 소규모 실험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웨덴의 경우만 해도 고텐부르크의 도요타 서비스센터들을 비롯, 상당수의 민간 업체들이 6시간 근무제를 운용 중이다.
영국의 한 마케팅 에이전시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역시 하루 정규 노동시간을 줄였다. 이 회사 역시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와 베니핏은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전체 응답자의 60%가 근무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향상한다는데 동의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스웨덴의 연구결과는 6시간 근무제의 글로벌화를 막는 중요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의미를 지닌다.
매리마운트대학 인력관리 부교수인 파밀라 라오는 “많은 국가들이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6시간 근무제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스웨덴에서 나온 잠정적 연구결과는 그들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무적인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조만간 6시간 근무제를 채택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38.6시간이다.
유급휴가 평균 일수는 8일에 미치지 못하고 전체 근로자의 4분의 3은 아예 유급휴가가 없다. 라오는 “미국 노동부 통계국의 자료가 시사하듯 미국인은 일에 중독되어 있다”며 “스웨덴의 모델은 미국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직장과 개인생활에 관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온 휴잇의 수석 상담원 캐롤 슬레이덱은 “미국 직장인들의 정신구조는 8시간 근무제에 익숙해져 있다”며 “단축근무제는 미국인 노동자의 가치체계에 상당히 이질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생각은 다르다. 기술적인 진보가 주당 근무일수를 단축시키고 레저타임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명세를 탄 그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주당 15시간 근무제가 확고히 정착될 것”으로 장담했다.
그보다 앞서 허만 칸은 일찍이 1960년대에 “미국인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연중 13주의 휴가를 즐길 것이며 주당 4일만 일하게 될 것”으로 예언했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2016년 현재 이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근무시간 단축과 생산성 사이의 연결 관계를 짚어본 연구가 있었다.
스탠포드대학은 2014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근무 시간과 생산성과 사이에 비선형관계(non-linear relationship)가 있음을 발견했다. 조사결과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비례해 올라가다가 주당 근무시간이 50시간을 초과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바르테달렌스의 실험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간호업무는 사무직과 성격이 다르다. 간호의 질로 측정되는 간호사의 생산성을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생산성으로 대치하는 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늘어난 생산성이 추가고용 경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고용주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난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바르테달렌스 요양원은 600만 스웨디시 크로나(미화 73만5,000달러)를 들여 15명의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했다. 늘어난 인건비 가운데 절반은 간호사들의 줄어든 병가 비용으로 상쇄됐지만 단축근무제로 인해 개선된 간호의 질이 최종결산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주당 40시간 근무제를 유지하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근무일수를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에이온 휴잇이 1,060명의 미국인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전체의 30%는 이미 주당 4일 근무제를 채택했다고 밝혔고 60%는 종업원들이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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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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