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상반된다. 기름장어, 반반(半半) 등 그에게 따라 다니는 별명에 대한 해석부터가 그렇다.
기름장어는 관료시절에 붙은 별명이다.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을 언제나 매끄럽게 빠져나가 붙은 별명이다.
2006년 ABC-TV 앵커와의 인터뷰에서도 예민한 질문들을 모두 피했다. 그러자 앵커는 “왜 당신이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로 불리는지 알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후 slippery eel은 그에게 따라다니는 국제적 별명이 됐다.
그 어감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관료로서 처세에 아주 능하다는 표현으로 들려서다.
다른 시각의 해석도 있다. 192개 국가가 가입한 유엔의 수장이다. 말 한마디 한 마디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그 별명은 ‘외교수사의 달인’이란 찬사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반반’은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 별명으로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컴컴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유엔이라는 국제외교무대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옹호론을 펴고 있다.
그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1년도 훨씬 전부터 국내 언론의 초점이 되어왔다. 다른 뜻에서가 아니다.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의 교과서에 실렸다. 이미 위인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거기다가 대권 향방에 키를 쥔 충청도 출신이다. 그런저런 점에서 무르익고 있는 것이 반기문 대망론이다. 한국의 국내정치에 그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 내에서의 위상과는 달리 반기문 총장을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은 극히 부정적이다. ‘반기문 당신은 어디 있는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지가 일찍이 던진 질문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학살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무총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잡지가 반기문 총장에게 붙인 별명은 ‘투명인간’이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른 언론도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급기야 퇴임도 하기 전에 반기문 총장을 역대 유엔사무총장 중 최악의 총장 중 1명에, 실패한 총장으로 매도하고 나섰다.
왜 그렇게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나. 오만한 강대국 언론들의 횡포일까.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코피 아난 전임 사무총장, 더 멀리는 2대 다그 함마슐트 총장 등과 극히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서다.
학살이 자행된다. 전쟁으로, 내분으로. 그럴 때마다 현장에 달려간다. 그리고 목소리를 분명히 낸다. 강대국과도 맞서서. 함마슐트 총장은 그러다가 순직까지 했다. 그런 모습이 거의 안 보인다. 뭐랄까. 지나친 순응주의자라고 할까. 그 점에서 점수를 못 받은 것이다.
그 반기문 총장이 한국을 방문한다. 제주와 수도권, 그리고 대구경북(TK)지역을 오가는 광폭 행보를 예정하고 있다. 무엇을 향한 행보일까. 세계평화증진인가. 아니면 대권인가.
분명치 않다. 그 시그널이 몽롱하다. 그러니 답은 역시 반반(半半)이라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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