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입맛 안맞는 언론에 재갈 물리고, 기자의 순종 원해”

피터 틸
거물 벤처투자가 피터 틸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했던 한 가십 전문매체를 파멸시키기 위해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이 매체 간의 거액 소송을 도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실리콘 밸리 상류층의 폐쇄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상류층에게 그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가십 언론은 어떤 존재일까? 뉴욕 타임스(NYT)는 25일 “실리콘밸리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길 원한다”며 “그들은 기자들로부터 숭배까지는 아닐지라도 순종을 원한다”고 말했다.
정보는 되도록 조금씩, 감질나게 나눠주고 때로는 엄청난 양의 출판물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도록 하는 유서 깊은 영향력 행사의 방식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NYT는 “모든 사람의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들어가면서 실리콘 밸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부유해졌지만, 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흐르는 뉴스조차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려 한다”며 “문제는 이 기술 기업들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프레드 튜너 교수는 “실리콘 밸리는 폐쇄된 세상이고 특히 엘리트층은 더욱 폐쇄적으로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가십이 쉽게 매체에 오르는 뉴욕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 곳이 실리콘밸리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광고나 선전 또는 그 생산품을 통해서만 실리콘 밸리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실리콘 밸리 상류층의 방식에 반기를 든 것이 밸리왜그였다. 바로 피터 틸이 소송 비용을 대주면서 파멸시키고자 한 ‘고커 미디어’의 자회사다.
구글 공동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과거 사귀던 사이였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플레이보이이며 악동이라는 기사를 쓴 곳이 바로 밸리왜그다. 냅스터 창업자 션 파커가 초호화 결혼식을 했다는 기사도 그들이 썼다.
과거 페이스북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았던 브랜디 바커는 NYT에 “밸리왜그의 보도는 소름 끼치도록 신랄하고 잔혹했다. 또 너무도 철저하게 취재해 상당 부분 매우 정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기사를 읽을 때마다 이 정보를 도대체 어떻게 입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며 “그러나 어떤 사람을 이토록 사악하고 불공정하게 보도하는 언론 보도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썼던 기사 가운데 가장 ‘악명’ 높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틸이 게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당시 밸리왜그의 편집장이었던 오웬 토머스는 자신의 포스트에 “아무리 실리콘밸리라 해도 게이 투자가는 기득권 체제에 들어가기 힘들다. 바로 그것이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르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고삐 풀린 매체가 틸을 화나게 했다. 그는 호건의 소송을 비밀리에 도왔고,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판결대로라면 고커 미디어는 1억4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는 그 회사를 망하게 하기에 충분한 액수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에디터로 재직 중인 토머스 전 편집장은 “실리콘 밸리는 이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그에 부합하게 살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이 능력자라고 말하려면,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당신 주변의 친구들을 모두 채용하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하필이면 그들은 또 왜 모두 젊은 백인 남자들인가. 반 이민 정책을 위해 은밀히 돈을 대고 있으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