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날씨는 딱 한국 같았다. 공항 문이 열리고 바깥 공기가 안으로 쓸려 들어올 때, 서늘한 밤공기가 신기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기품있게 앉아있는 하얀 머리카락의 할머니 옆에 앉아 택시를 기다렸다.
그분은 그곳이 아주 편해보였다 -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수한 꽃처럼. 곧 손자 손녀로 보이는 작은 아이들이 게이트에서 나와 달려오더니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아주 아름답게 활짝 웃으며 아이들을 깊이 안았다.
이스라엘의 첫인상은 그날 본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어린아이들을 안으며 더 빛나는 꽃이 될 때 그녀에게서 우리네 할머니를 본 것만도 같았다.
전쟁과 약탈 속에서 우리의 할머니들은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생존을 위협하는 무력 앞에서 그분들은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 한국과 이스라엘은 아주 비슷한 조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의로 혹은 자의로 기존에 살던 땅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디아스포라(diaspora: dia-흩어진, spora-씨앗)라고 한다. 유대인과 한국인은 대표적인 디아스포라의 민족이다. 한국인의 경우 일제의 침략, 한국전쟁 등의 이유로 원래의 터전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졌다.
시간이 흘러 흩어져 뿌려진 씨앗은 풀이 되었고 꽃이 되었다. 어느새 나 자신이 디아스포라가 되어 처음 방문하게 된 이스라엘에서 다르지만 너무나 비슷한 민족의 모습을 본다. 새삼 할머니의 굽은 등이 생각난다. 발에서 단단한 뿌리가 돋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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