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파·종족 달라 가족들‘명예살인’위협 미국‘인도적 임시입국 허가, 망명신청 계획
▶ 뉴욕타임스 보도‘러브스토리’ 여성 인권문제로 국제적 주목‘
지난 24일 어린 딸 루키아와 함께 뉴욕에 도착한 자키아와 무함마드 알리 부부. 한 국제단체의 도움으로 90일 임시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아직 젊은 삶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중앙 아프가니스탄의 험악한 산악지대로 숨어들기도 했고, 잠시 타지키스탄으로 탈출하기도 했으며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죽여 버리겠다는 분노한 가족들의 위협을 피해 감옥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종족과 종파가 다른 아프가니스탄의 젊은 연인 자키아와 무함마드 알리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행을 감행한지 2년여 만에 지난 24일 밤 뉴욕에 도착했다. 카불주재 미 대사관에서 90일 임시 비자를 받은 이들은 한 국제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국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들 부부와 17개월짜리 딸 루키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잃은 지는 오래다.
딸이 사랑의 도피를 한 후 마을에서 쫓겨난 자키아의 가족들은 계속 이들을 추적했다. 타지크족으로 이슬람 수니파인 자키아 가족은 딸이 하자라 족 이슬람 시아파인 알리와 도망 가 결혼한 것을 죽여 마땅한 가족의 불명예로 비난했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2014년부터 뉴욕타임스에 보도되었고 금년 초 이 기사를 쓴 로드 노들랜드 기자의 저서 ‘연인들:아프가니스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간되면서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경은 끝나려면 아직도 멀어 보인다. 미국 망명이 허가된다 해도 둘 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문맹으로 고향인 바미얀 주의 감자밭 이외에서는 일한 경험도 없다.
“우린 신의 뜻에 따릅니다 - 여기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어요. 거기선 최소한 위험하지 않게,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라고 카불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초조한 기색의 알리는 말했다.
2년 전 NYT와 인터뷰하던 때 자키아.
고향 바미얀의 농촌 길을 걷는 알리.
어린 시절부터 인근 밭에서 함께 놀고 일하며 자라다가 사춘기에 접어든 후 서로 볼 수 없게 되었던 18세의 자키아가 21세의 알리를 따라 집에서 도망친 것은 2014년 봄이었다. 이들을 다시 이어준 것은 알리가 몰래 자키아에게 건네준 셀폰이었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아프간에서는 1천년 전과 다름없이 부모가 반대하는 ‘가문을 더럽히는’ 연애나 결혼을 하면 가족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소위 ‘명예 살인’의 위험을 피하기 힘들다.
“아프간에서의 진정한 사랑은 죽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고 아프간대학의 레자 파르잠 교수는 말한다.
두 젊은 연인이 도피한 후 자키아의 부모는 딸과 알리를 간통혐의로 고발했다. 자키아의 아버지는 자신의 조카가 신부의 몸값으로 염소 3마리 가격인 2만8,000 아프가니스(약 500달러)를 지불하고 자키아와 약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자키아와 알리는 친척집과 산속의 동굴, 구호단체 쉘터 등을 전전하며 도망 다니면서 정부가 여성인권 개선을 위해 신설한 여성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경찰도, 법원도 그들을 분노한 가족의 추적에서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카불 주재 대사관을 통해 여러 차례 망명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대사관들은 망명을 신청하려면 먼저 아프간을 빠져나와 난민이 되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래서 2014년 가을엔 아프간에서 도망쳐 타지키스탄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탈출은 재난으로 끝나고 말았다 : 5,000달러의 돈과 귀금속, 셀폰 등을 강도당한 후 아프간으로 추방당했다고 그들은 말했다.
이번 미국비자 절차는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긴급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제한된 비자 프로그램인 ‘인도적 가석방(Humanitarian Parole)’ 하에서 승인을 받은 이들의 케이스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이라는 구호단체가 고용한 변호사에 의해 성사되었다.
알리가 카불에서 자키아가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는 친척들의 고발로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도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 이 자키아를 안전장소에 보호했고 이 단체 변호사들이 나서서 알리의 석방을 도왔었다.
“우린 그들의 케이스가 정치화되고 미디어의 각광을 너무 받게 되면서 그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는 한 그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의 마니자 나데리 사무국장은 말했다. “그들은 아프간 어디에서도 평화롭게 살 수가 없게 되었지요. 자키아의 가족들이 끝까지 추적할 테니까요”나데리 사무국장은 이 단체의 뉴욕 관계자들이 이들 가족의 미국 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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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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