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과 관련한 신문기사들을 보니 그가 참석하는 만찬마다 초만원이 됐다고 한다. 또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그와 함께 하려는 그룹의 사람들이 소개되었다. 이 모든 걸 이해하려하나 석연치 않음은 웬일일까?
더욱이 반 총장의 권력의지가 101%라고 누군가 말했다는데 만에 하나라도 이 말에 그의 의사가 담겨 있다면 반 총장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 뿐만 아니라 반 총장과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 아주 나쁜 교훈을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 인간으로서 그만큼 화려한 경력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의 의사는 그렇지 않은 데 주위의 부추김으로 설령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국내 기반(정치세력)이 없는 경우 잘못하면 꼭두각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을 야생에서 자란 식물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자생력이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무슨 일이건 간에 이론과 행동이 수반되며 여기에는 응당 이론가와 행동가가 있어 일을 도모하게 된다. 이론가가 행동가를 겸하면 안 되는 많은 예가 있다.
최근의 일례로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정 모 의원을 들 수 있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켜도 유분수이지 어찌 이런 사람이 헌법학회 회장이며, 한국 최고대학의 법대학장까지 지냈는가. 여기서 한 개인의 욕심을 나무라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한 개인의 그 알량한 영달을 위해 학교의 이름을 실추시켜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어느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그를 ‘곡학아세’ 인물로 규정했다. 그 얼마나 치명적이며 부끄러운 일일까, 학자에게 있어서 말이다.
평소 “한국 최고의 대학교 총장 지낸 분들이 정치권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말을 늘 해왔다. 이론과 행동, 실전은 같을 수만은 없는 것이며 우리에겐 정신적 지주, 본받을 만한 국가의 양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은 상아탑의 자존심을 지켜 국민들의 숭앙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국가에 제대로 된 어른이 없는 현실을 왜 읽지 못하는가. 대학총장을 지낸 분들이 정치권을 넘나들다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가?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양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사회 각계에 진출하여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마음껏 펼쳐 사회와 국가에 공헌함을 으뜸의 신조로 삶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스승의 기쁨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 훌륭한 인격과 해박한 지식을 전수시켜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명예가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학자는 스승으로 사명을 끝내야지 자신이 행동가로 뛰겠다하면 필시 좋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반 총장은 우리 세대가 부러워하는 요직들을 두루 다 거친 분이다. 본인은 아마도 자신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또 다른 면에서 보면 그는 행운아이기도 했다. 어디 그 분만한 자질의 사람들이 없겠는가.
익은 곡식일수록 더 머리를 숙인다고 한다. 사무총장직에서 퇴임하고 이쯤에서 물러나 일정 휴식기를 지나면 그는 자연스럽게 국가의 원로로서 또 다른 역할이 주어지리라 믿는다.
인재를 키우기는 힘들어도 망가트리기는 쉬운 법, 더 이상 다른 뜻 품고 주위에서 반 총장의 심기를 흐려놓지 않기를 바란다. “평생소원이 유엔 사무총장을 해보는 것” 이었던 반 총장은 그 소원을 이루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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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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