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제목이다. ‘영어적’으로 말이 되네 안되네 말들도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금세 이해되는 영어이기에 이렇게 붙였나 싶다.
내용은 초등학교를 같이 나온 할머니뻘 되는 나이든 아줌마들의 이야기다. 사별한 사람, 이혼한 사람,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사람 등 각자 살아온 과정은 다르지만 추억과 시간을 공유한 친구들이 함께 늙어가는 내용에, 나도 곧 저리 될 것 같아 몰입하며 보게 된다.
며칠 전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가 참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얼마 전 남편이 죽은 희자는 자식들이 모두 따로 살아 텅 빈 집에 혼자 지내며 외로워한다. 친구가 고파 제일 친한 친구 정아에게 아침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고, 정아는 그 전화를 싫은 내색 한번 없이 다 받아준다.
정아는 남편 밥 차리고 시집간 딸들 살림 도와주느라 늘 바쁘게 산다. 그 와중에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그러고 나자 정아는 이혼하겠다고 친구들에게 선언을 한다. 이혼하게 되면 자기랑 같이 살자고 희자는 말하고, 정아는 싫다고, 혼자가 편하다고 한다.
그 말에 삐친 희자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새벽에 정아에게 전화를 한다.
희자 : 전화 꺼놔. 왜 전화 켜놓고 자서 내 전활 받니, 귀찮게.
정아: 니 전화 받으려고 켜놓은 거야...
그 한마디에 희자는 서운한 감정이 녹고, 그 한마디로 정아는 얼마나 친구를 아끼는지 백 마디 말을 다 했다.
그 따뜻함에 나는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가 있는지, 새벽에 전화해서 푸념할 사람이 있는지 생각했다. 혹은 나는 그런 친구인지, 누군가 내게 전화해서 울어도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인지 생각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봤던 영화 ‘써니’도 고등학교를 함께 보낸 친구들 이야기였다. 그 영화를 보며 나는 목이 메어 꺼억 꺼억 소리를 내며 울었고, 눈물 때문에 장면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감정은 태어나고 자라 스무 살 정도까지 지낸 기억들을 바탕으로 대부분 형성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생활과 경험들은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에 만들어진 감정의 뿌리에 살이 붙여지는 정도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럴까, 어른이 된 후에는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만한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세상을 다 알아버리고,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많이 봐 버린 후의 마음은 예전의 순진하고 자기 잇속 차리지 않던 순수한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온지 15년. 친구들은 대부분 한국에 살고 있다. 예전처럼 자주 전화해서 뭐하냐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시시콜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적다보다 오랜만에 만나면 대화가 밋밋하다. 요즘 사는 얘기를 하기엔 설명하고 이해해야하는 부분이 많아서 대화가 겉돌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생일을 챙기고 혹 잊을까 안부를 전하고 늙어가는 얼굴을 보며 “하나도 안 늙었네, 옛날과 똑같다”고 칭찬한다. 서로 바라보는 눈빛 안에는 오래 전 자율학습 끝나고 밤길을 함께 걷던 시간이, 축제 때 막걸리를 마시며 즐거워하던 시간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추억들을 품은 따뜻한 기운이 ‘친구’라는 말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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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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