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예비선거는 특별했다. 연방의회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예비선거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민주당이었고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힐러리의 둘도 없는 절친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그는 쟁쟁한 정치인들을 특유의 독설로 조롱하면서 자신의 함정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후보들과 당 주류를 공화당 성향이면서도 정치를 불신하던 수많은 유권자들을 대거 공화당으로 끌어들여 굴복시키고 마침내 대권 주자가 되었다.
공화당의 주류와 언론들은 처음에는 힐러리가 보낸 X-man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오래 경선에서 버틸지 궁금하다고 하더니 인기가 오르자 연일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겠다,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매직넘버’(1,237명)을 넘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등의 반 트럼프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분노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공화당의 자멸이 된다는 두려움에 하나 둘 트럼프 진영으로 투항을 해오고 있다.
8년 전 오바마가 민주당 밖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지 동력을 규합해서 대통령 후보가 된 것처럼 트럼프도 공화당의 새로운 지지 동력을 엄청나게 만들어 내면서 그 변화의 요구로 주류 공화당을 굴복 시켰다.
처음 민주당의 상황도 비슷했다. 화려한 정치경력의 힐러리 클린턴을 대적할 인물은 없었다. 힐러리의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실수만 없으면 대통령은 무난하다고 언론들은 힐러리 대세론을 앞을 다투어 예언했다. 무소속의 버몬트 상원의원인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모두들 샌더스의 객기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잽도 안 되던 샌더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힐러리 진영은 8년 전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샌더스는 고장 난 미국을 지금 대 수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1% 부자를 위한 제도와 정치가 아닌 99%를 위한 제도와 정치를 지금 당장 미국에서 실행하여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영부인, 상원의원 그리고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다져놓은 정치권, 재계와 언론 및 문화계 기득권 세력들과 민주당의 수퍼대의원들로 구성된 호위세력들은 일치단결하여 샌더스가 당 밖에서 만들어낸 변화를 원하는 동력을 제압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 이 제압한 동력 가운데 과연 얼마를 당으로 흡수하여 힐러리의 표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불러일으킨 변화의 바람 앞에 굴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샌더스의 변화의 바람을 제압 하고 기득권을 확고히 움켜쥔 힐러리를 선택했다.
11월 대선 결과는 변화의 바람을 강력히 드러낸 양당 유권자들 가운데 얼마나 투표장으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 변화 갈구세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표할지, 또 샌더스를 지지했던 민주당 변화 갈구세력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행위를 포기하지 않고 투표장에 나와 힐러리에 표를 던져주느냐에 달려 있다.
두 후보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폭로와 네거티브 선거를 벌써부터 시작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정책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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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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