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에서 널리 보도된 어느 변호사의 범법행위를 보고, 평소 법조계 인사가 관련된 비리사건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범법행위를 저지를까?”하는 것이다.
또 다른 궁금한 점은, 이들 범법 법조인들은 자신의 수치스러운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 변호를 하고 있을 까이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합리화의 과정을 추측해 보았다.
첫째, 이들은 자기가 저지른 범법행위가 탄로 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과거에도 비슷한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흐지부지 넘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설령 운이 나빠서 탄로가 나더라도, 유능한 변호사를 내세우면 무죄로 풀려 날 수 있다고 믿는다. 셋째, 역시 운이 나빠서 감옥행을 하게 되더라도, 감형을 받을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세월이 지나면 세인들의 관심과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고, 그때쯤은 일반인들이 이해 할 수 없는 테크니컬한 법조항을 근거로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전문직이다.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려면 우선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여야하고 어려운 학업과정을 거쳐야 하고, 고시 또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런 관문을 통과하고 법조계에 첫발을 디딘 신입 법관들은 아마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법치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는 등의 훌륭한 이상을 품고 커리어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순수한 젊은이들이 아직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정의감으로 무장한 야심찬 젊은이들이 막상 법조계 조직에 새 멤버로 들어와 보면 지금까지 품어왔던 법조계에 대한 이상이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많은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법조계에도 권력,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요소가 얽혀서, 조직의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법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본업보다는 출세, 명예,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기도 그 틈에 끼지 않으면 조직에서 도태되거나 평생 가난뱅이로 살수밖에 없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되면서 한때 순수한 목적으로 법관이 되겠다던 많은 인재들이 빠른 시간 내에 법조계 비리에 적극 참여하는 세속적 멤버로 변신을 한다.
그래서 비리와 범법을 저지를 위험이 있는 법조인들의 풀은 줄어들기 보다는 점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관측은 아닐 것이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서양사회에서도 법관에 대한 인식이나 평판이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편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 (1667-1745)는 법관에 대한 무자비한 혹평으로 유명하다. “법대 재학 중인 20명의 학생들에게 왜 변호사가 되려느냐고 물었더니, 19명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우리 사회에는 법관이라는 젠틀맨 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흑은 백이요, 백은 흑이라는 식의 거짓말 훈련을 철저히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비리, 범법을 저지르는 법관들은 전체 법관들의 일부에 한정된 그룹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 ‘앵무새 죽이기’ 소설에 나오는 아티커스 변호사처럼 힘없고 돈 없고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변호사들이, 타락한 변호사 보다 훨씬 많다고 나는 믿는다.
<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