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끝자락이다. 어느 새 올해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나하는 반성과 후회가 뒤섞인다. 새해 계획과 다짐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조바심과 걱정이 앞선다. 아예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겁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올해도 절반이나 남았다.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에 의욕도 샘솟는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마저 보인다.
이제 한 해 허리가 접히고, 계절의 반도 접히고 있다. 새해 시작에 품었던 계획과 다짐을 중간 점검할 시점이다.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돌이켜보아야 할 때다. 허둥지둥 거리지 말고 차분하게 남은 절반을 준비해야 한다. 머문 듯이 가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 어영부영하다간 올 한해를 성취의 보람은커녕 후회로 보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반’이라 말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에, 시작의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 ‘백리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는 구십 리가 반이다’라는 말도 있다. 마무리 역시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십 리’를 반으로 표현했다. 처음과 끝의 의미는 이토록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중간은 시작도 끝도 아닌 어정쩡한 진퇴양난의 지점이다. 아마도 인생의 절반인 50대도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며칠 전, 내 나이 쉰다섯이 됐다. 하루, 한 달,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 누구나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이유를 알만했다. 이렇게 빠른 세월에 휩쓸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인생살이의 덧없음 앞에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쾌할 수는 없는 법이다. 참으로 나이 먹는 것을 달갑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50대로 산다는 것!
오십은 지천명(知天命), 하늘을 아는 나이다. 하지만 ‘오십의 발견’을 쓴 이갑수 작가는 “씩씩하게 살아온 날들도 이젠 나를 감당하기에 지쳤는가. 발밑이 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나는 아프다”라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표현한다. 또 “50대는 앞으로 어떻게 삶을 견디고 끝까지 갈지 고민하는 불안한 세대”라고 정의한다. 누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나. 50대에게 나이는 비정한 현실이다. 청춘을 다 바쳤지만 인생의 짐은 아직 남아 있다. 노후를 근심해야 하는 것이 50대 남성들의 자화상인 셈이다.
남자나이 쉰다섯!
살면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쩌다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들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현대 나이계산법’이 등장했다. 자기의 나이에 0.8을 곱한 숫자가 요즘 실생활에서의 진짜 자기 나이라는 주장이다.
‘쉰다섯’을 계산해보니 ‘마흔넷’이다. 숫자상이지만 10년이나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50대 남성들은 누구나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숫자를 더해 가는 나이 앞에 청춘은 마음일 뿐이다. 나이 듦이 더 서럽고 아쉬운 이유다. 그래서 50대 남성들에겐 사람, 돈, 일, 건강, 시간 등 다섯 가지가 꼭 필요한 법이다.
“일생을 하루로 요약하면 우물쭈물하다 정오를 지나 오후로 진입했는데, 오후는 ‘오십 이후’의 준말”이란다. 어영부영 세월은 가고 한 일도 없이 50 이후의 나이만 들었다는 의미다.
남자나이 쉰다섯이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덜 남은 나이라 하겠다. 오늘부터라도 지인들과 ‘살아온 날의 기억 중에서 오늘을 버티는 교훈, 슬기를 나누며 살아야 겠다’.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젊고 소중한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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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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