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10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오랜만에 친척 어른들을 찾아뵙고, 친지,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진 후 마지막 며칠을 이용해서 남해안의 여수와 순천을 여행하기로 했다.
용산역에서 KTX 를 타고 2시간 조금 더 걸려서 순천역에 도착해 그 길로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시 교외에 있는 선암사까지 갔다. 산속 깊이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절터 옆 계곡에 맑은 개울물이 철철 흘러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마음의 때가 깨끗이 씻겨 진 기분이었다.
순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수에 내렸다. 저녁식사로 돌산 갓김치와 고등어구이와 여러 향토음식을 막걸리에 곁들여 먹으면서, 우리 일행은 행복의 정의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여수에서는 오동도와 돌산 다리, 이순신 장군 기념관을 구경하고,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향일암 근처까지 가서 차 한잔 마시며 맑은 하늘과 바다와 산과 아름다운 들꽃을 한껏 감상했다.
2박3일의 순천, 여수 여행을 마치고, 다시 KTX를 타고 귀경하게 되었다. 깨끗하고 쾌적한 기차 안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전날 내린 비로 산천초목이 눈부실 만큼 반짝이는 녹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에 들었던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생각나면서 과연 한국의 자연은 ‘비단에 수 놓은 듯이’ 아름다운 땅이로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잠깐… 지금은 국토가 반으로 갈라진 상태이니 이제는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니고, 천오백리 금수강산밖에 못 보는 것이 아닌가.
이심전심인지 마침 앞에 앉아있던 외숙께서“얘, 우리가 이 기차를 타고 평양까지 쭈욱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라고 말을 꺼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말로만 듣던 평양시, 대동강, 모란봉을 보고 이어서 북한의 아름다운 명소를 두루 두루 구경하고 싶었다.
‘만약에’ 1953년에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나지 않고 통일로 이어졌으면, 지금쯤 한국은 남북한의 천연, 인적자원을 합친 시너지 효과로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모두 숙연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큰 ‘만약에’이다.
사흘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니 어느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 비리가 큰 뉴스거리가 되어있었다.
잠깐 동안 보고, 듣고, 읽은 한국사회의 부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계와 각층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한국의 별칭이 일부 냉소주의자의 분노에서 나온 헛소리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즉시 두번째 큰 ‘만약에’로 이어졌다.
‘만약에’ 해방 후 초대정부로 부터 역대 정부들이 선명하고 정직하고 부패 없는 정치를 해 왔으면, 지금쯤 한국은 자유, 평등, 번영을 누리는 일등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유감이었다.
이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에 그때 통일이 되었고 대한민국에 부패가 없었더라면”이라는 한탄 대신 “가까운 장래에 통일을 이루고, 한국사회에서 부패의 뿌리를 뽑는다면”이라는 미래형 목표로 바꾸면 어떨까? 엄청난 도전이지만, 꼭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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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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