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산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초보 산행인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한 주를 지내다가 주말에 산악회 회원들과 수다 떨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는 것은 나의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산행을 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자연경관이 훼손 되어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했다.
지난 17일 일요일 주말에도 어김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산행을 갔다. 엔젤레스 국립공원의 스위처(Switzer) 폭포를 갔다 온 후 입구의 피크닉 장소에서 산악회 회원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준비를 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피크닉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가로운 주말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보게 됐다. 쓰레기통 주변에 파리들이 들끓고 너저분해서 가 봤더니 김치, 고등어, 깻잎, 상추, 고추, 먹다 남은 잔반들, 1회용 접시 등이 제대로 버려지지 않고 수북하게 쓰레기통 옆에서 굴러다니는 것이었다. 딱 봐도 한인들이 버리고 간 것이 분명했다.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니 한국어로 적힌 하루 전 토요일의 산악회 일정이 무심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16일 하루 전 산행을 온 사람들이 치우지 않고 버리고 간 것이었다. 순간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수치심이 확 올라왔다.
한인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하면서도 왜 이렇게 남을 배려하지 않고 쓰레기 치우는 것에 인색할까? 본국 뉴스만 봐도 매년 산이며 바다며 쓰레기 몸살을 앓는다. ‘이게 우리의 민족성일까’ 라는 기우까지 하게 만든다. 과연 자기 집과 차 안에도 그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수 있을까?
일단 점심을 먹고 그 수치의 현장을 대신 치우려 하고 있는데, 점심 먹는 도중에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트럭이 오고 인부들이 내렸다. 이들은 한심하다는 듯이 쭉 보더니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 분들도 알 것이다. 산에 널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다보면 어떤 종류의 음식이 가장 많이 보이는지…
우리는 자연을 잠시 빌렸다가 후손에 물려주고 가는 것이다. 나만 즐기고 말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항상 자연에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적어도 쓰레기는 스스로 치울 줄 아는 문화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쉬웠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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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 척추신경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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