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트럼프 과거 발언, 푸틴 세계전략 구상과 여러 면서 일치”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 러시아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한 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가 현재 미국과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주(州) 마이애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 논란과 관련, "만약 그들(러시아)이 해킹을 했다면 아마도 그녀(클린턴)의 이메일 3만3천 건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클린턴 측은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외국의 강대국에 상대 후보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첫 사례"로, 이는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즉각 반발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윌리엄 인보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의 발언을 "반역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트럼프 캠프에서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제이슨 밀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러시아 혹은 누구에게도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라고 요구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나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트럼프를 지지한 주요 정치인들을 비롯한 상당수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는 방식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펜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해킹한 것이 "만약 러시아고, 우리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트럼프가 한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라이언 하원의장도 성명에서 러시아를 "기만적인 폭력배가 통치하는 글로벌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 선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제니퍼 루빈은 펜스가 "라이언 의장은 새로운 보스에게 외국 세력에게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해킹을 부탁하는 듯한 발언 외에도 친 러시아성 발언을 잇따로 쏟아냈다.
그는 이번 DNC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누가 DNC 해킹 사건을 일으켰는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러시아는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나는 푸틴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보다 "미-러 관계를 훨씬 더 잘 할 것"이라며 "나는 푸틴을 단호하게 대하겠지만, 나는 차라리 러시아를 우호적으로 대해 함께 IS(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를 제거하고 싶다. 우리가 러시아와 실제로 잘 지내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 영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검토해보겠다"고만 언급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군사, 경제적 조치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CNN방송은 지난 몇 년간 트럼프가 푸틴과 러시아에 대해 한 발언을 보면 미 외교정책, IS,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여러 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세계전략 구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IS 격퇴전에 있어 푸틴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트럼프의 지난해 CBS 인터뷰 발언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이 러시아가 아니라 IS를 진정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토 동맹국이 공격받더라도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의 최근 발언 역시 푸틴 대통령에게는 "음악"으로 들렸을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를 러시아 이익에 반하는 위협이자, 구소련 이후의 시대에는 더는 쓸모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도 트럼프에 대해 여러 차례 '호감'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특출나고 재능있는 인물"이라고 칭찬했고, 이에 트럼프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나는 (오바마와 다르게) 푸틴과 아주 잘 지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교감'을 대변하듯 러시아의 주요 매체들도 트럼프가 '반(反) 기득권' 입장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고 시사하며 우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27일 클린턴을 '악의 화신'이라고 표현한 반면 트럼프는 "수십 년간 아무도 환기하지 않았던 방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신선한 공기로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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