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렸던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이사회에서 셜리 린 회장은 OC 한인타운의 공식이름을 알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사들은 답을 하지 못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인타운에서 활동한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나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30여년 사업체를 운영해온 한 인사에게 기자가 똑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냥 OC 한인타운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올드 타이머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한인타운의 공식 명칭이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Korea Business District)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인은 많지 않다. 타운으로 들어오는 22번 프리웨이 표지판에는 줄여서 ‘코리안 디스트릭’으로 되어있다.
웬만한 타운 인사들도 기억 못할 정도로 타운 이름은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져 갔다. 한인들 사이에도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LA타임스에서도 예전에 한인타운을 일컬으면서 ‘리틀 서울’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든그로브시에 등록되어 있는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을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면 ‘한인상업지구’이다. 이름 자체로 보아서는 한인들의 생활, 문화, 풍습, 음식을 볼 수 있는 타운이라기 보다는 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다.
더욱이 남가주 타민족들에게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은 전혀 생소할 뿐만 아니라 가든그로브 시에 있는 한인타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LA다운타운에 있는 ‘패션 디스트릭’이나 ‘토이 디스트릭’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같이 별반 호응을 얻지 못한 타운 이름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타운 표지석이 부서져 보수해야 할 당시(2012년) 김진정 상공회의소 회장은 새 이름을 정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한 모임에서 제안했었다. 오득재 당시 한인회장도 이에 동의했다. 이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상의를 거쳐서 새롭게 이름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즉석에서 한인들은 ‘리틀 서울’, ‘리틀 강남’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름들을 제시했다. 안양 시가 가든그로브 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리틀 안양’이라는 이름도 나오기도 했다.
그 이후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거론 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다가 최근 침체되어 가고 있는 한인타운을 살리기 위해서 OC한미축제재단(회장 조봉남)이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다민족 축제’ 개최를 준비하면서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당시 타운 이름을 정하는데 깊숙이 관여했던 최광진 전 OC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타운 이름 변경안을 한인상공회의소에 최근 제안한 것이다. 최 전 회장은 1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은 한인 타운을 상징하는 이름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한인타운 활성화를 위해 다 민족 축제를 개최하는 현 시점에서 타운 이름도 변경하면 타 민족에게 한인타운을 알리는데 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인상의는 최 씨의 제안을 놓고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루었지만 ‘타운 이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게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상의 이사회는 급한 일이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OC 한인타운 이름 변경 문제는 한 단체 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커뮤니티 전체의 문제로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은 지은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별로 사용돼 오지 않은 명칭이다. 이번 기회에 한인커뮤니티의 중지를 모아서 이름변경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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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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