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발전,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혼란 속으로 빠지고 있다. 놀랄 일이 아니다. 자연 법칙 중 ‘무질서도(無秩序度) 증가의 법칙’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게 된다.
몸의 모든 장기도 세월이 가면서 쇠퇴하게 된다. 혈관도 마찬가지이다. 동맥경화는 소리 없이 진행되어 우리 몸 전체를 연결시켜주는 혈관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혈관을 막히게 하여 심장마비, 중풍, 신장부전증을 일으키는 사망원인 제1의 질환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당뇨병, 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인이다. 그 중에서 우리의 노력으로 호전될 수 있는 요인 중 비만은 매우 중요하다.
보편적으로 비만은 몸무게가 지나치게 나가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체중이 그다지 많이 나가지 않더라도 몸의 구성 성분 중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것도 비만이라고 한다. 이른바 ‘마른 비만’이 한국인에 많은데 남성은 체지방률 25% 이상, 여성은 30% 이상일 때 비만으로 분류된다.
지방은 그램당 9 칼로리,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그램당 4 칼로리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간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는 축척된 지방은 음식 섭취량이 부족한 시기에 분해되어 에너지로 사용되어졌으나 현대에는 지속적으로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다보니 지방이 계속 축적되어 비만을 일으키게 되었다.
복부 깊은 안쪽의 내장과 그 주위에 모인 지방은 대사물질을 직접 혈관 안으로 방출하여 지방산을 간, 췌장, 심장, 각종 내장에 가서 축적시킴으로써 각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그 결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조절저하, 심장 및 각 장기 기능의 저하를 직접 일으킨다.
복부 비만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나오더라도 작용을 잘 못하도록 하여 당뇨, 지방과 콜레스테롤 대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X 대사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병명을 만들어 내었다. 혈압,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이 높고 복부비만이면 여기에 해당된다.
‘대사증후군’의 치료는 체중 감량을 위해 칼로리 제한, 운동 증가, 식사조절이 있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계란흰자, 채소, 과일, 식물성 기름, 두부, 콩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밥, 빵, 국수류와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서 사용되고 남은 것이 지방으로 전환되어 복부비만을 일으키게 된다. 몸집이 작은 동양인들에게서도 복부비만이 많은 이유이다.
복부 비만으로 당뇨가 생겼을 경우 약물치료도 겸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개발된 약 중에는 의도적으로 혈당이 소변으로 빠져 나가게 함으로써 당을 낮추어 주는 것이 있다.
지구 한쪽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죽고, 지구 반대쪽에서는 너무 많이 섭취한 이들이 병에 걸려 다시 당을 소변으로 빼주느라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이기적 욕망으로 인한 불평등이 우리를 점차 희망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희망’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여러 학생들과 의사들과 함께 멕시코로 봉사를 다녀왔다. 한인 1세, 1.5세, 2세들로 구성된 의사들은 학생들에게 진료의 삶을 직접 보여주며 틈이 날 때마다 살아오며 느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며칠간이었지만 세대 간의 격차 없이 하나가 되어 봉사하였다.
봉사가 끝나갈 무렵 많은 학생들이 가슴 속 이야기를 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열정은 식고 전공에 대한 회의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고 불안하여 길을 잃은 느낌, 방황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봉사팀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나누는 기쁨을 맛보며 다시 ‘희망’을 찾았다고 들려주었다. 전공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공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열정을 함께 나누었다.
시간이 가더라도 우리의 희망을 정치, 경제발전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오로지 희생에 바탕을 둔 사랑 나누기에서만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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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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