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양궁선수 기보배를 둘러싸고 개고기 논란이 일었다. 한 여배우의 엄마가 그의 개고기 시식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1987년경으로 기억한다. 퍼시픽 벨에서 일과 시작 전, 수퍼바이저들의 간단한 모닝 브리핑이 끝나고 회의실을 나오던 중이었다. 수퍼바이저 중 하나가 느닷없이 말했다.
“아브라함, 니네 코리안도 개고기 먹냐?“
그렇지 않아도 몇 번인가 손 좀 보려던 동료였는데, 찬스가 왔다.
“그럼! 우리는 개고기뿐만 아니고, 플로리다 사람들처럼 악어고기, 텍사스 사람처럼 방울뱀 튀김에 파섬 불고기,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처럼 원숭이 뇌 생회도 먹는다! 프랑스 사람처럼 개구리, 말, 거북이 그리고 뭐든 다!”
사실은 그날 아침 LA타임스에 문제의 기사가 있었다. 롱비치 캄보디아 난민지역에서 몇몇이 벌건 대낮에 개를 잡다가 검거됐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고, 출근길 라디오에서 왕왕 떠드는 뉴스를 들었다. 필시 골통 녀석들이 망신을 주려고 내게 질문을 할 것 같아 카운터를 날릴 준비를 확실히 하고 온 참이었다.
그날 동료들은 미팅 끝나고 4-5분 속삭대었고, 이후 80여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 휴식시간에 개고기 소리를 입 밖에 내는 직원은 없었다.
나도 개고기 먹는 것에는 반대한다. 인도(?)주의적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에도 이제 많은 종류의 단백질 공급원이 있는데, 굳이 개를 잡아먹어야 하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서양인 등 타국인이 무시하는 투로 나오면 그대로 묵과하지 않는다. “너는 역사를 전혀 모르는구나!” 하면서 확실하게 반격을 가한다.
개에 대한 입장은 수렵 및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이 확연히 다르다. 수렵?유목 민족에게 개는 사냥 및 가축들 통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양떼를 모는데 개는 사람의 몇 배 몫을 한다. 그걸 잡아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경민족에게 개는 식량만 축내는 존재일 경우가 허다하다. 농사 짖는 마을에 강도나 침입자들이 습격할 확률은 낮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1960년대 말까지 보릿고개에 굶어 죽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는데, 구황 식품(?)으로 개만한 게 있었을까? 말은 전쟁용이어서 나라에서 금지했고, 소의 가치는 농가에서 경작지 다음이었다.
이렇게 말해도 설득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해줄 말이 있다.
“옐로우 스톤 팍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냐?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때 오리건 트레일 탐사팀인데, 그들이 오리건에 도착해서 연어를 못 먹어 인디언의 개를 잡아먹었다. 역사에도 나온다.“
필자는 1950년대 후반 초등학교 시절 청파동에서 신길동 신흥 주택지역으로 이사를 왔는데 주변에 빈 주택지가 운동장처럼 펼쳐져있었다. 여름만 되면 한쪽 구석에서 개를 잡는데, 이층 내 방 창문이 운동장 쪽으로 큼지막하게 나서 안 볼 수도, 개 비명 소리를 피할 수도 없었다. 정말 왜 목을 매달아 놓고 개 패듯(?) 죽을 때까지 몽둥이질을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하여간 인간은 잔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개고기를 먹던 역사와 전통이 있었다. 구황식품으로, 살기 위해서 먹던 관습이니 부끄러워 할 것도 죄책감을 느낄 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보릿고개를 넘어서지 않았는가. 미식가(?)들도 자제를 할 때가 되었다. 10달러만 들고 수퍼마켓에 가도 가족 한끼용 단백질은 쉽게 구매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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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성 / 가얀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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