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신차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다. 남들보다 먼저 신차의 모습을 내보내면 자동차 잡지의 판매부수가 크게 뛰어 오른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신차 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다.
1993년 여름 어느 날 쌍용자동차의 ‘FJ’가 경기 과천시에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미래의 지프‘(Future Jeep)를 뜻하는 FJ는 ‘무쏘’(사진)의 프로젝트 명이었다.
서둘러 사진팀과 함께 출발했고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출시 전인 무쏘의 온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위장막도 없었던 무쏘는 그렇게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한 달 뒤 쌍용차는 신차발표회를 열어 무쏘를 공개했다.
무쏘는 쌍용차의 첫 독자개발 모델이다.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이 무척 공을 들였다. 영국 유학시절 드라이빙스쿨을 이수할 정도로 차를 좋아했던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쌍용차는 1990년 1월 3,2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사륜구동차 개발에 돌입했다.
독자개발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무쏘의 디자인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켄 그린리 교수의 자문을 거쳤고, 엔진은 벤츠와 기술협력을 통해 제작했다. 1994년까지는 벤츠의 2.9ℓ 디젤 엔진을 가져다 사용했고, 1995년 모델변경을 거치며 벤츠의 라이선스를 받아 창원공장에서 엔진을 만들었다.
무쏘에는 미국 보그워너사의 5단 수동과 4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보그워너사의 ‘트랜스퍼 케이스’도 도입해 주행 중에도 스위치 조작만으로 이륜구동에서 사륜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다. 사륜구동으로 바뀔 때 진공타입의 ‘로킹 허브’(바퀴와 구동축 연결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점도 놀라웠다.
당시에는 사륜구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차를 멈추고 운전자가 내려 앞바퀴의 로킹 허브를 직접 손으로 조작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이에 비해 운전석에 앉은 채 움직이면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었던 무쏘의 시스템은 대단한 진보였다.
2.9 디젤 엔진으로 시작한 무쏘는 2.3 디젤 터보, 2.0ㆍ2.3ㆍ3.0 가솔린 등으로 엔진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밴형과 7인승, 그리고 최초의 국산 픽업트럭으로 이름을 남긴 ‘무쏘 스포츠’까지 다양한 파생 모델들을 쏟아내며 국내외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무쏘라는 이름은 ‘무소’에서 나온 순 우리말이다. 하지만 스페인어로는 여성의 성기를 의미해 해외에선 ‘코란도 패밀리’로 판매되기도 했다.
쌍용차는 단종한 ‘코란도’를 2011년 ‘코란도 C’ 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언젠가는 무쏘라는 이름도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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