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인 11월8일까지 12주쯤 남았다. 지난 40년 동안 여러번의 대통령 선거를 겪었지만, 이번 선거만큼 초반부터 온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후보 사이에, 또 지지자들 사이에 공격과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정책중심으로 대결해야할 캠페인이, 최소한도의 절제도 잃은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한 이유 중에는 후보 두명 모두 전통적인 개념에 맞지 않는 후보라는 점도 작용한듯하다.
한 후보는 정치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비즈니스맨이고, 다른 후보는 역사상 전례 없는 여성이다.
잘 알려진 대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던 초반부터 이민자, 타종교, 타인종 시민들에 대한 배척과,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막말 공세로 단시간에 수많은 유권자의 주목을 끌었다.
또 미국을 이등국가로 추락시킨 책임이 기성정치권, 특히 현 민주당 정부에 있다며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현존 시스템을 대폭 엎어버려서, 옛날 옛적 백인이 주인 노릇하던 위대한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서, 이런 저런 이유로 화가 잔뜩 나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확보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는데 성공했다.
한편 클린턴은 일찍부터 변호사로, 대통령 부인으로, 오바마 정부의 국무총리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성이다. 2008년 오바마와 대결한 후보지명전에서 패배하고,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접었나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 다시 도전해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는 트럼프와 예측불허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시시로 돌출하는 변수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두달 여 신문, 방송,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보도, 해설, 평론이 속속 쏟아져 나올 것이고, 양진영 참모와 보좌진이 발표하는 정책 메시지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유권자들은 선거 뉴스에 파묻혀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며칠 전 저녁식탁에서 딸과 선거 이야기를 하며 후보들의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먼저 나는 트럼프가 분노 조절법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에 즉각적인 분통을 터뜨리지 않고, 능숙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훈련을 해서 강력한 지도자일뿐 아니라 신중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클린턴 후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똑똑한 여성이지만 유세 중 여성문제를 너무 내세우지 말았으면 한다고 나는 말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여자가 설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남자들이 많은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양쪽 진영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는 나의 농담조 말에 딸은 다른 사실을 지적했다. 두 후보 모두 정치적 천재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과 나처럼 기부금 한푼 안내고 말로만 참견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은 아마 “No thank you”일 것이라고 친절하게 일깨워 주었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A poor man is not believed, though he speaks the truth).”는 서양속담을 떠올리면서 함께 웃어본 시간이었다.
<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