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에 내리기 전에
기울어진 바다를 본다
바다는 도토리 묵처럼
짙은 색으로 응고되어
비스듬한 햇빛에 번들거리며
엎질러지지도 않는다
시카고에 내리기 전에
기울어진 대지를 본다
미시간 호수도 시어스타워도 기울어져 있다
출장 길혼자 내려서 백팩을 메고
기나 긴 공항의 회랑을 지나간다
메고 다니는 퍼스널 컴퓨터는 먹이 사냥을 위한 새로운 활이며 기다란 창
이렇게 매 번 다른 도시에서 먹이를 향해 뛰어야 한다
그림자 없이 환한긴 회랑엔 낯 모르는 사람들 뿐
그 사이로 새로이 외로움을 참으며 묵묵히 지나간다
다시 만나 반가와
아무도 시간의 투명한 망사천을 부욱 찢고
과거로부터 불쑥 튀어 나와 그렇게 내게 인사를 하지는 않는 것
뒤를 돌아보려하지 않고 앞으로 만 나아간다
낯 모르는 모든 사람들도 외로운 표정을 지운 채
앞의 먹이를 향해뛰어 간다
<입상소감>
나는 모든 예술에는 ‘앤드 더 오스카 고우스 투우’가 적용돼야 하는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에는 높낮이를 적용할 수 없는 다채로운 빛과 수도 없이 많은 다른 색깔들이 있다. 그런데 내 투박스런 언어가 장래에 어떤 다른 아름다움을 이루어낼 수나 있을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오늘 이런 명언을 읽었다. 인생은 네게 일어난 일 10퍼센트에 대해 어떻게 90퍼센트로 반응하느냐이다. 오늘의 시는 내게 일어난 10퍼센트 일이다. 앞으로 혼자서 써야하는 홀로의 시간은 내게 떼낼 수 없는 친구로 쓸쓸하게 더 다가오겠지. 그리고 갈 길은 멀다. 언어와의 우정, 싸움, 긍정과 부정은 지속될 것이다. 그래도 반갑다, 나의 시여. 반갑다, 한국일보야. 한국일보를 통해 문단에 나온 수많은 문단의 별들. 내가 할 일은 미력하나마 빛나는 문학의 선배들이 이루어 온 끈질긴 전통의 일부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게 나의 90퍼센트의 반응일 것이다. 하여 다시 반갑다, 나의 고독한 언어여.
<
박장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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