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으로 정말과 거짓말, 착한 것과 악한 것 등을 식별함으로써 동물과 구분이 된다. 이 식별능력을 잃어 진위를 공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판단을 편견이라 한다. 편견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미리 지니고 있는 고정견해에 따라서 단정하는, 선입관념으로서도 생긴다.
나에게 편견의 왜곡을 잘 가르쳐주는 교훈은 최만리라는 조선시대의 문신이다. 1444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려 할 때 최만리 등 학자들과 신하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7항목의 반대상서를 올렸다. 말은 있으나 글자 없이 생활하는 문맹대중을 위해 만든 민족적인 문자를 ‘오랑캐 글(諺文)’로 여겼다. 한문 외의 문자를 만든다는 것은 “큰 나라를 모시는 예의에 어긋난다”며 중국의 노여움과 비난을 두려워했다.
이렇게 중국을 두려워하는 사대주의 사조가 2016년 한반도에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가 확정될 때도 나타났다. 한미 상호방위조약협정에 따라 군사 최고전문가들이 숙고 제안하여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결정한 사안이다. 그런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로 오는 경제적 손실, 더러는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생기는 보복을 이유로 사드배치 반대를 선동하는 한국사회 지성인들이 있다.
국가안보에 관한 편견은 조선 제14대 왕 선조 때도 있었다. 임진왜란 9년 전(1583) 남왜(南倭)북호(北胡)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십만 양병을 주장한 병조판사 이이(李珥)는 파직되었는가 하면 일본에 갔던 통신사 황윤길이 제안한 일본침략의 대비책도 무시되었다. 오히려 김성일의 편견에 따라 안일무사하게 지내다, 7년에 걸친 임진왜란으로 인구는 가호마다 3명에 한명이 죽었고 그리고 경작지는 3분의 2가 황무지로 변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이 기록하고 있다.
동인 출신 통신사 김성일은 국가의 장래보다는 당파의 이익을 위해 당시 영의정 유성룡의 뜻을 따라 “일본이 침략할 것”이라는 동료통신사 서인 황윤길을 반대 했다. 이렇게 이성을 잃은 신하들은 조선왕조 500년간 작당하며 역모를 천 번이나 거듭하다가 새총 한발도 못 쏘아보고 일본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 것이다.
그러한 반목과 분열 문화는 오늘의 민주주의 사회에까지 계승되어 크고 작은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마다 편견으로 괴담을 만들며 시민들을 선동하여 사회 분열을 시도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도 2008년 온 한국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미국산 소고기로 부터 전염된다는 광우병 소란이 아닌가 싶다. 병원체 프리온 감염 소고기를 먹음으로써 발생하는 소해면상뇌증(BSE)을 급성전염병으로 호도한 것이다.
한 통계학자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를 2003년 기준(218천 톤)으로 수입할 때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200경의 1이다. 이러한 편견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부유층의 유람 로가 된다”고 했다.
사드설치와 같은 국가 안보정책이 편견과 괴담 혹은 강대국의 노여움과 위협 때문에 소신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이는 조선왕조의 망국 종말을 되풀이하는 처사가 된다. 전쟁은 무섭다. 동족끼리의 살생무력싸움은 더욱 그러하다. 사드배치는 그 무서운 제2의 6.25를 대비하는 것임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난을 알면서도 자주적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인 이광수가 언급한 “민족의 정신적 타락”에 있다. 그 정신적 타락으로 지성인들이 이성을 잃고 편견으로 계속 시민들을 분열시키면 민주주의는 문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자유와 평화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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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호/ 환경문제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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