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친일파 이야기가 요즈음 다시 이곳에서 나오고 그 등장인물에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이 중심에 서 있다. 이 참에 육당의 애국심이 무엇인지 알고, 그리고 그 분이 남긴 업적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당은 지금으로 치면 재벌의 장남이었다. 그 막대한 돈을 모두 탕진해 가면서 그는 처음으로 계몽잡지 ‘소년’을 1908 년 발행했다. 그리고 ‘해에게서 소년에게’ 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한국 순수시의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일 합방 이후 잡지는 폐간되고 다시 붉은 저고리, 아이들 보이, 새별, 청춘 등 잡지들을 발간과 폐간을 반복하면서 국민 계몽에 매진하다가 1919년에 3.1 만세 운동에 참여하고 그 유명한 독립선언서를 쓰고 그리고 옥고를 치르다가 다시 출옥하여 잡지 ‘동명’을 발간하는 1927년까지 그분의 모습은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민족의 선구자였다.
그러다가 1927년 그 분이 총독부의 조선사편수위원이 되면서부터 태평양전쟁 말기에 학도병으로 나가라고 강연을 하고 다녔다고 일부인사들이 그분을 친일파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행위는 육당이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가장 힘든 일을 애국하는 심정으로 해냈다고 나는 단언한다.
총독부에서 조선사편수를 이끈 일본인 학자는 이마니시와 이바나 두 사람으로 그들은 단군 말살론을 주도한 이름난 학자(?)들이었다. 더 나아가 임나 본부를 두고 조선 반도를 자기네 일본이 지배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조선을 본래부터 뿌리도 없고 식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논조였다. 누군가라도 이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서 어떠한 악조건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하여 이 주장을 막아야 했다. 당시 육당은 명언을 남기면서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갔다, “명분은 쉽고 실리는 어렵다” 그리고 싸우고 싸워서 ‘단군’을 지켰다. 또 임나 본부는 그러한 학설도 있다 하면서 ‘임나 본부 설’ 이라고 ‘설’자를 붙였다. 진정한 역사 지키기와 애국이 무엇인지 아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 분을 친일로 매도하는 말 ‘학도병으로 나가라고 연설하고 다녔다. 그래서 친일이다’ 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도병으로 징집되었다가 탈출하여 광복군으로, 그리고 유신 때에 독재에 항거하던 분이요 민족의 양심으로 추앙을 받는 장준하 선생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육당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 장준하 선생은 민족의 외침이라는 월간지 사상계에 육당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서 그는 육당의 연설을 직접 들었는데 “징용에 끌려가서 일본을 위해서 죽어라 하지 않았다. 그 연설의 내용은 살아서 돌아와 미래의 조선에 대들보가 되라고 암시를 하였다”고 회고 했다. 그리고 민족의 양심이라는 함석헌 선생은 “육당을 우리가 가졌다는 것은 조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1952년 초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양유찬씨를 대사로 임명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강화조약회의에 참여시켰다. 그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독도와 파랑도를 한국의 땅 임을 지키라고 엄명을 내렸다. 당시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중공군과 전쟁 중이었다. 바다의 방어선을 치는데 한국보다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유리했다. 그래서 1951년 9월에 시작된 강화조약에서 미국은 독도를 일본 해역 세력권 안으로 두려고 했다. 다행히 이 대통령의 노력의 결과 독도는 일본의 해양 세력권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엉거주춤한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독도와 파랑도를 이승만 대통령이 어찌 알았을까? 이 대통령은 귀국하여 한국의 역사를 배우려고 가정교사를 두었다. 물론 육당이었다. 육당의 국제정세 감각과 애국이 오늘의 독도를 지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이 육당을 가졌다는 것은 함석헌 선생의 말대로 한국의 축복이다. 나는 모두들 기미독립선언서를 다시 한 번 읽어들 보시라고 권한다. 그 안에 육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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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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