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얼마나 살 수 있을까. 3주가 한계라고 한다. 생명을 지탱시켜주는 음식을 끊는다. 그 행위를 종교에서는 금식, 일반적으로는 단식이라고 부른다.
단식은 단순히 식사를 거르는 외적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경의 가르침이다. 영적 비움의 상징일 때 의미가 있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키고 배고픈 자들과의 나눔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 단식은 부당하게 자유가 박탈된 이들의 투쟁 방식이 됐다. 인권을 억압하는 압제자를 상대로 한 처절하면서 가장 숭고한 투쟁의 방식이 단식인 것이다.
단식투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절박하다는 이야기이다. 또 목숨을 걸었다는 데에서 비장함이 묻어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인도의 성웅 마하트마 간디의 단식투쟁이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맞선 평화투쟁 방안이 단식이었고 70대의 고령에도 간디는 3주간 옥중 단식을 했다.
단식은 군사독재시절 민주화세력의 투쟁방식이기도 했다. 그 중 잘 알려진 것이 ‘YS(김영삼)의 23일 단식’이다. 전두환정권의 철권통치 속에 YS는 가택연금까지 당했다.
이에 항의해 1983년 5월18일 YS는 단식에 들어갔다. 해외에서까지 여론이 움직였다. 결국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됐다.
도대체 왜 단식투쟁을 했나. 만 6일, 7일째 중단했다. 그리고는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하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그 모습을 보면서 떠올려지는 생각이다.
김재수 농림 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세균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렇게 시작한 이 대표의 단식이 허무하게 끝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또 중국의 협공으로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거기다가 경제위기도 겹쳤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란 사람은 국정감사까지 가로막고 일주일이나 밥을 굶어가며 투쟁에 나섰던 거였다.
생뚱맞다고 해야 하나. 어이없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안보문제든 경제문제든 오불관언이다. 오직 국회의장 퇴임에 목숨을 걸겠다는 그 발상이 그렇다는 거다.
누구를 바라보고 한 단식이었나. 아무래도 국민 같지는 않다. 대통령 정무수석이 두 번씩이나 찾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자 단식을 풀고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했다.
이 일련의 해프닝과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도 낯을 들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니까 당초부터 국민이 아닌 ‘청와대의 심기’를 헤아리고 시작한 단식이란 이야기다. 박 대통령을 보호하려다 빚은 정치적 참사가 단식소동이라는 거다.
결국 허무한 개그로 끝난 단식소동, 무엇을 말하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리더다운 리더가 없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란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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