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식당 한번 가기가 겁 난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2~3년 사이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한 음식 값이 이제는 웬만한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비싸졌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식사는 특별하다. 동료들과 어울려 식당 나들이를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잠시 업무에서 벗어나 바람도 쐬는 것이 큰 즐거움인데, 음식 값이 발목을 잡으니 서글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30대의 직장여성 P씨는 분식센터 음식 취향이다. 점심을 떡볶이나 김밥으로 가볍게 때우는 편인데 요즘은 그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떡볶이 한 접시에 거의 10달러, 김밥은 1인분에 7~8달러. 동료와 함께 두 사람이 가서 김밥 2인분에 떡볶이 하나 주문하면 세금과 팁 합쳐 가볍게 30달러가 된다.
고급식당은 언감생심, 허름한 대중식당에 가도 언제부터인가 10달러 미만의 음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1인분에 보통 10여 달러씩이니 동료 두세명 데리고 가서 점심 한번 인심 쓰고 나면 지갑이 홀쭉해진다.
절약 차원에서 패스트푸드 식당에 가도 생각만큼 싸지는 않다. 치즈버거에 프라이, 음료수를 사면 보통 8달러 선. 간혹 “오늘은 가볍게 샐러드로 ~” 점심을 해결해 봐도 가격은 가볍지 않다. 웬만한 식당에서 10달러 미만 샐러드는 구경하기 어렵다. 샐러드 야채 위에 닭고기나 연어 등을 올리면 기본이 12달러이다.
음식 값, 세금, 팁을 합치면 점심 한끼에 10여 달러인데 매일 이렇게 점심값을 써도 될 만큼 여유로운 직장인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손님 감소. 점심때면 문 앞에 길게 줄을 서곤 하던 것이 요즘은 너무 한산해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식당들이 LA 한인타운에도 여럿 있다. 이렇게 점심 때 손님 발길이 줄어든 것은 LA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20개국에서 연간 1,200만명의 소비자들과 16만5,000개 매장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는 NPD 그룹에 의하면 1년 전과 비교, 미 전국 식당에서 주중 점심 손님이 7% 감소했다. 이는 지난 불경기 이후 가장 큰 감소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지만 그보다는 식당의 점심값이 너무 비싸진 게 원인이라고 NPD는 분석했다.
점심 장사는 대부분 식당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식당 손님들 중 보통 1/3은 점심 손님이고, 저녁 손님은 30%, 아침식사와 오후 간식 손님들이 각각 22%, 15%를 차지한다. 손님들이 느긋하게 좋은 음식을 즐기고 싶은 것이 저녁식사라면 점심식사는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기를 손님들은 기대한다. “가격에 비해 괜찮다” 싶은 점심식사를 바라는데 그런 식당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LA 한인타운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푸드 코트. 일반 식당에 비해 가격이 싼데다 팁을 낼 필요가 없으니 얄팍한 주머니에 도움이 된다. 혹은 마켓에서 밥과 반찬을 사서 해결하기도 한다. 그도 아니면 방법은 하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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