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자동차 사랑은 각별하다. 하긴 자동차가 처음 대중화된 곳이 미국이고 넓디넓은 대륙을 고속 도로 망으로 촘촘히 연결해 차 한 대만 있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놨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동차가 발이나 다름없는 남가주는 말할 것도 없다.
자유의 상징이기도 한 자동차는 깜빡 하는 순간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인간이 차를 운전하다 보면 교통사고는 필연이고 사고가 나면 사망자 발생도 불가피한 일이다. 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지난 60년 간 미국에서 인구 비례로 따진 교통사고 수와 사망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어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2015년 이후 사고 발생과 사망자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전국 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2015년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만8,300명으로 전년에 비해 8% 증가했는데 이는 2013년과 2014년 사이 0.5% 증가와 그 전해 3% 감소해 비해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전국 안전위 위원장인 데보라 허스먼은 이 같은 증가는 50년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큰 폭의 증가는 경기 회복과 낮은 개스값으로 사람들이 차를 많이 몰고 다니는 것이 주 원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대불황이 시작된 2008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가 감소했다. 불황이 좋은 점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총 자동차 주행 거리는 3.5% 늘어났지만 사망자 수는 7% 증가했다. 차를 많이 타고 다닌 점을 감안해도 죽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부주의한 운전과 위험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을 꼽는다. 자동차 사고의 90%는 각각 1/3씩 음주와 과속, 부주의 때문이다.
이중 부주의 운전의 주범은 셀폰이다. 셀폰이 보편화되면서 이로 인해 일어나는 충돌 사고가 매년 160만 건에 달한다. 텍스팅을 하다 일어난 부상자는 연 33만 명에 달하고 미국 내 교통사고가 그 때문에 일어난다. 운전을 하며 급하지도 않은 텍스팅을 하는 심리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위험한 운전의 대명사 과속도 요즘 운전을 하다 보면 매일 경험한다. 얌체 생쥐처럼 요리조리 끼어들며 추월하고 빨간 불과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를 하루에도 수없이 본다. 어쩌다 한 두 번은 그냥 넘어 가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큰 사고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올 들어서도 교통사고 증가 트렌드는 계속되고 있다. 연방 교통 안전국은 5일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1만7,7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총 운전 마일리지는 3.3% 늘어난 것에 비하면 사망자가 2015년보다도 가속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연방 교통부는 자동 브레이크와 레인 이탈 경보 장치 등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 해 2046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제로’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30년 뒤 이야기다.
교통사고의 94%는 운전자 과실로 일어난다. 기술이 교통사고를 제로로 만들어줄 때까지 본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죽음 치고 원통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멀쩡히 길을 가다 자신이나 남의 과실로 죽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다. 매일 매일 안전 운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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