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나는 괜찮다’ 하던 트럼프가 드디어 발목을 잡혔다. 다른 정치인 같으면 선거판에서 쫓겨나도 여러 번 쫓겨났을 막말, 앞뒤 안맞는 말을 하면서도 트럼프는 그동안 용케도 버텨왔다. 그의 거칠고 저급한 언행을 ‘솔직하고 카리스마 있다’며 오히려 박수치는 골수 지지층 덕분이다.
바위같이 꿈쩍 않고 일편단심 지지를 보내던 트럼프 열성팬들이 이번에는 좀 흔들리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저학력 백인여성 표밭에 균열이 오고 있다. 지난 7일 상스럽기 그지없는 트럼프의 여성비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제대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트럼프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는 세상사람이 다 안다. 두 번 이혼에 세 번 결혼, 그 사이 사이 수많은 여성들에게 집적댔다는 사실을 그는 숨기지도 않는다. 군인이 훈장 자랑하듯 여성 편력을 떠벌리면서 알파 메일, 즉 우두머리 수컷 흉내를 낸다.
이런 부류의 남성에게 여성은 두 종류뿐이다. 외모가 평범한 여성과 섹시한 여성. 남성은 바라보고 평가하는 주체, 여성은 그 대상이라는 생각이 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다. 그래서 자신이 보기에 외모가 평범한 여성은 대놓고 조롱하고, 섹시하면 윤리규범 상관없이 추근댄다.
트럼프의 눈에 전자에 해당해서 봉변당한 인물로는 휼렛 패커드의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피오리나를 향해 트럼프는 “저 얼굴 좀 봐, 누가 (저 얼굴에) 투표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후자에 해당하는 여성에게 어떻게 하는 지는 지난 7일 공개된 녹음파일로 드러났다. 척 봐서 매력적이다 싶으면 지남철에 끌리듯 끌려서 키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부녀를 유혹해 같이 자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둥, 자신은 ‘스타’이기 때문에 여성의 사타구니를 움켜잡아도 여성들이 아무 말도 안한다는 둥 저속한 내용을 상스럽게 늘어놓은 발언이 공개되었다. 트럼프 자신도 민망했는지 사적인 자리에서 남자들끼리 하는 말, ‘라커룸 농담’이라고 둘러댔지만 파장은 허리케인 급이다. ‘허리케인 트럼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허리케인’이 몰아친 곳은 우선 공화당 진영. 공화당 지도부는 ‘대선후보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고민이 깊고, 트럼프의 열성 팬이던 저학력 백인여성들의 표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들 여성의 지지율이 이번주 트럼프 40 클린턴 40으로 양분되었다. 11일 애틀랜틱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전국 지지율에서 클린턴은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서고 있다. 2주전 두 후보의 지지율은 같았고, 1주전에는 클린턴이 6포인트 앞섰었다.
다음 ‘허리케인’이 몰아친 곳은 미전국의 성추행 피해경험 여성들. 트럼프의 ‘라커룸 농담’이 사실은 미국사회에 만연해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왔던 여성들이 들고 일어났다. 11일 워싱턴 포스트에는 공화당에 ‘트럼프 지지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전면광고가 3,000여 성추행 피해경험 여성들의 이름으로 실렸다. 트럼프가 제대로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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