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이동 전화기의 선구자다. 지금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17년 핀란드의 발명가 에릭 티거스테드는 포켓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이동 전화기에 관한 첫 특허를 냈다. 1973년 모토롤라가 첫 제품을 개발했고 그 후 6년 뒤 일본의 NTT가 첫 셀룰러 네트워크를 시작했으며 1981년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구 4개국이 일반화시켰다. 소위 1세대 셀폰의 탄생이다.
1991년에는 그 전까지 아날로그 시스템이던 셀폰 테크놀로지를 디지털로 격상시킨 2세대 셀폰 역시 핀란드의 라디오리니아에 의해 태어났고 2001년에는 일본 NTT 도코모에 의해 3세대 셀폰이, 2009년에는 속도를 기존 셀 폰보다 10 늘린 4세대 셀폰이 등장했다.
이처럼 급속한 기술 발전은 셀폰의 종주국이라 해도 좋을 핀란드도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한 동안 세계 셀폰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는 2010년 스마트 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후발 주자 삼성이 9,350만대의 셀폰을 팔아 8,270만대의 노키아를 제쳤다. 2014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 1위 삼성(20.6%), 2위 노키아(9.5%), 3위 애플(8.4%), 4위 LG(4.2%), 5위 화웨이(3.6%)이던 것이 2015년에는 1위 삼성, 2위 애플, 3위 화웨이,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 샤오미 순이고 노키아는 등수에도 들지 못했다.
노키아에 일어났던 일이 삼성에게도 일어나려 하고 있다. 삼성은 11일 시장에 나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갤럭시 7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출시하자마자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이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밝혔지만 교환한 새 제품에서도 불이 나자 아예 생산을 중단해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2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250만 대를 회수하고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생산 중단을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그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안으로 곪은 삼성의 구조적 문제가 표출된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삼성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겪은 바 있다. 1995년 당시 삼성 회장이었던 이건희는 직원들에게 새 전화기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전화기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건희는 직원들에게 ‘품질 제일’이라는 머리띠를 둘러매게 하고 1억5,000만 달러어치의 전화기와 팩스 머신을 때려 부쉈다. 그리고는 여기다 불을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불도저를 가져다 뭉개버렸다. 다시는 이런 불량품을 만들지 말라는 회장의 경고였다. 삼성이 지난 20년 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아버지 대를 이어 최고 경영책임을 맡은 이재용의 능력을 시험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아들 대만 해도 아버지가 고생하며 가업을 일으키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돈이 나무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황제처럼 고생을 모르고 호강만 한 3세가 하루하루가 전쟁인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한국 GDP의 15%를 책임지고 있는 삼성이 무너진다면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이 하루 속히 이 문제를 현명하게 마무리 짓고 다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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