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 환자 치료 자원한 흑인 女의사 무시…백인 男의사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해

크로스의 페이스북
미국 델타항공이 기내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의 치료를 자원한 흑인 여의사를 인종 차별해 비판에 휩싸였다.
15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린든 B 존슨 병원에서 4년 차 산부인과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는 흑인 여자 의사 타미카 크로스 박사는 지난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델타항공 비행기를 탔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앞줄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 도움을 요청하며 비명을 지르자 놀란 승무원들이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탑승객 중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다녔다.
환자를 보고 의사 기질이 발동한 크로스는 승무원들을 향해 손을 들었지만, 곧바로 묵살당했다.
여승무원은 크로스에게 "손을 내리세요. 우리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진짜 의사나 간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과 얘기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크로스는 의사라는 사실을 계속 승무원에게 알리려 했으나 승무원은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이를 계속 저지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기내 방송으로 승무원들이 재차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자 크로스는 좌석에 있던 버튼을 눌러 승무원을 불렀지만, 더욱 황당한 일이 그를 기다렸다.
여자 승무원은 크로스에게 "오! 당신이 진짜 의사냐"고 물은 뒤 "의사 자격증을 보여달라"고 물었다.
또 전공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왜 디트로이트에 왔는지 등 치료와는 무관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크로스는 회상했다.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일삼던 이 승무원은 기내 방송을 듣고 한 백인 남성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이 남성이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의사 자격증 소지 여부를 묻지도 않고 즉각 도움을 받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크로스는 "너무나 흥분돼 피가 끓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던 환자가 남자 의사의 치료로 안정을 찾자 그제야 승무원들은 크로스에게 환자의 저혈압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문의했다.
승무원은 이후 크로스에게 몇 차례 사과하고 보너스 마일리지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크로스는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보너스 마일리지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면서 "인종, 나이, 성차별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총격 사살로 비무장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미국에선 특정 인종을 겨냥한 편견인 경찰의 프로파일링(인종이나 피부색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크로스의 사례가 또 다른 프로파일링이라고 평했다. 흑인이라서, 의사처럼 보이지 않아서 당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델타항공은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일로 고객을 향한 차별을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현재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크로스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연을 4만5천 명 이상이 공유하고 13만 명 이상이 읽었다. 댓글도 1만9천 개 이상이 달렸다.

병원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크로스 박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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