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순을 훌쩍 넘긴 가수 한상일 씨의 ‘웨딩드레스’라는 노래는 지금도 그 애잔한 멜로디로 가슴 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벌써 수십 년이 되었지만, 이 노래와 함께 뭇 여성들의 꿈을 사로잡아온 웨딩드레스는 쿠바의 여인들에겐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다. 결혼식을 치를 경비가 없어 그냥 같이 사는 것이 그들에겐 결혼이다. 그러다 조수의 변함처럼 헤어지고 또 다른 배우자를 만나고… 그렇게 한 세상을 살다 간다.
‘자비의 전령(Messengers of Mercy, MOM)’이라는 선교단체는 이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중남미에서 결혼사역을 시작했었다. 처음엔 의료선교로 시작한 이 선교단체는 그 영역을 결혼사역으로 확장해 이번 달 쿠바에서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했다.
미국에서 기증된 웨딩드레스와 그들에게 줄 사진 액자, 사진 앨범, 화장품 등등을 꾸려 미국 각처에서 19명이 이 단기선교 행사에 참석했다. 나와 함께 사진작품 활동을 하던 5명의 여성 사진가들도 동참해 쿠바에서 거리 사진은 물론이고, 인물 사진, 결혼사진 등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가졌다.
현지 교회에서 12 주간에 걸쳐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가정’에 관한 성경 공부를 마치면, MOM은 합동결혼식 행사를 치러준다.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턱없이 부족해 때로 당황하게 만든다. 100벌을 기증 받아도 체형이 모두 달라서 30벌 가량이 당일 행사에 쓰일 정도이므로 많은 분들의 추억이 어린 웨딩드레스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쿠바는 항상 아열대성 기후라 사시사철 반소매의 옷이 주를 이룬다. 그런 속에서 신부들은 기증된 두꺼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땀에 흠뻑 젖어도 여인의 꿈을 이루고자 흥분된 미소로 식장에 입장하기만을 기다린다. 결혼한 지 50년이 된 노부부는 얼굴의 짙은 주름살도 아랑곳 않고 청순한 20대들처럼 큰 기대로 식순을 기다린다.
소정의 성경공부를 마친 부부들이 마주보고 사랑을 고백할 땐 이들의 눈 가로 눈물이 흐르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대형 합동결혼식이 아니라 교회 내의 교인들의 결혼 행사이기에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로 결혼식에 임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신부를 뒤에서 미는 신랑, 또 다른 휠체어에 앉은 신랑에게 입을 맞추는 신부, 이빨이 다 빠지고 두개만 달랑달랑 남은 노 신랑, 눈에 흉터가 있어 선글래스를 벗지 않는 신랑 … 그들의 결혼식에 대한 꿈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 늦게 도착한 한 신부는 남은 웨딩드레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한 벌을 골랐으나 몸이 들어가질 않는다. 화장을 돕던 일행이 당황한 이 신부를 위해 드레스의 바느질 된 실을 떼어내니 지퍼가 그녀의 몸을 따라 올라간다. 나중에 그 부부의 사진을 보니 행복 그 자체였다.
MOM은 현장에서 그들에게 결혼사진을 주려고 프린터와 잉크까지 가지고 갔으나, 4일에 걸친 72쌍의 결혼식 사진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행사로 인해 나는 사진팀 구성의 전권을 맡게 되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사람들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사람들로 구성하기 위해 동역자를 구한다. 적절한 사진촬영 훈련은 제공된다. 중남미에 번지는 성문란을 차단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역을 위해 또한 웨딩드레스를 기증 받고 있다. 쿠바,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지에서 펼쳐지는 이 사역에 동참하기 원하는 분들은 MOM(630-580-5074)으로 연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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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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