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 전이었던 1970년대 초 시골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당시 도시에서 근무했던 친구들의 입에서 ‘촌지’ 이야기가 나오는 걸 들으며 신기하기도 했고 또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정말 드물게 학부모에게서 촌지를 받아 보긴 하였다. 그 촌지란 대부분 학부모들이 여름에 나 없는 사이 옥수수를 갖다 놓는다든가 가을엔 실한 무를 밤사이 방 앞에 갖다 놓고 하던 것 등이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은 보름달이 환히 비추던 밤, 담벼락 옆에 바싹 붙어 서 있는 느티나무가 몇 개 안남은 마른 잎을 바람에 지켜내느라 안간힘을 쓰던 정말 쌀쌀한 초겨울 밤, 인천 집의 밥도 생각나고 커피샵에서 떠들던 친구들도 그립고, 그래서 이불 속에서 뒤척이고 있을 때에 텃밭 끝자락에 살던 학부형 한 분이 쑤어온 도토리묵이다. 집에서 빚은 조선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은 얼마나 맛이 있던지….
도토리 묵 촌지를 준 학부형과 아이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들의 얼굴은 지금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든, 공무원이든 사람인지라 성의를 보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번이라도 더 그 아이의 공책을 들여다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게 된다.
우리는 부정부패로 걸려든 인사들을 보며 손가락질 하고 온갖 욕을 다한다. 그러나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면 나는 어떨까? 몰려드는 유혹들을 과연 모두 물리칠 수 있을까? 심지어 가족들이 없는 종교지도자들까지도 이런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보게 된다.
김영란 법은 이런 유혹을 막아 주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참 잘 만들었다.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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