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비디오 VHS와 베타 방식 경쟁했듯이 ‘진영 넓히기’ 신호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의 제휴 발표 기자회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왼쪽)과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 회장이 12일 도쿄도내에서 양사의 제휴 발표를 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와 스즈키의 첨단기술 분야 제휴는 앞서가는 유럽차 업계에 대항해 '세계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분석했다.
17일 아사히신문 등은 도요타와 스즈키의 지난 12일 제휴발표를 자동차기술표준 면에서 앞서가는 유럽 자동차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기술이나 전략을 공유하려는 진영 넓히기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도 두 회사의 제휴를 표준경쟁의 일환으로 인식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3일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제휴가 진행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환경이나 자율주행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기술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자동차의 세계기술 표준경쟁은 앞으로 기술의 우열뿐만 아니라 사용기반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같은 진영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승패를 가르게 된다.
아사히는 "(과거에) 가정용 비디오 시장을 둘러싼 기술표준 경쟁에서 VHS가 베타 진영을 제압했던 것이나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에서 워드가 (일본의) 이치타로(一太郞)에 이긴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자동차업체 표준경쟁은 유럽이 앞서가고 있다. 자율주행에 중요한 디지털지도 부문에서는 독일 3개 업체가 협력한다. BMW, 아우디, 다임러는 판매경쟁을 하지만 지도정보서비스업체 히어를 공동인수했다.
도요타 자동차 계열 부품업체 간부는 유럽의 상황에 대해 "제조업체끼리 협력할 뿐만 아니라 정부도 나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표준 만들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 말 일본에서는 자동차 메이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간 400만대의 생산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생존을 건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된 적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경우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구글 등의 정보기술(IT)기업도 참가해 투자 여력이나 업계표준을 만드는 힘이 이전보다 더 필요하다.
연간 1천만 대를 넘게 판매하는 도요타조차 안심할 수 없다.
판매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하이브리드차(HV)나 연료전지차(FCV)에서 세계 선두에 서 있는 도요타지만 같은 진영을 넓히고, 세계 기술표준을 선점하려는 협업은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마쓰다에 제공하는 등 방식으로 보급을 꾀하고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중국이 판매를 후원하는 에코카(친환경차) 분야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연료전지차 보급에는 수소충전소 정비가 불가피한데 도요타 이외에 시판하고 있는 기업은 혼다 정도다. 도요타가 작년 1월 관련 특허의 무상 공개를 단행한 것은 위기감의 발로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차량 간 통신에 사용하는 전파 부문에서 도요타는 작년 지상파의 디지털방송 이행으로 공백이 된 주파수를 채용했다. 그러나 구미 쪽은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는 흐름이고, 동조하지 않는 일본업체들도 있다.
따라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조차 12일 "1개 회사가 개별적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있다.
개별 자동차회사들이 역량을 기울이는 자율주행 차에서는 센서나 정보를 해석하는 반도체 등 고가의 전자부품이 자동차 제조원가의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공동제품을 사용하는게 원가절감에는 필수적이다.
자동차 전자 분야에서는 유럽이 통신, 안전성 평가 등 규격을 속속 만들고 있어 도요타는 PC에서 미국이 만든 '인텔 인사이드'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의 수뇌에 쏠린 눈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12일 제휴 방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많은 보도진을 뒤로하고 물러가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오른쪽 끝)과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 회장.
신문은 물론 새로운 과제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확대된 진영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특히 스즈키와 경자동차 경쟁을 하는 도요타 산하 다이하쓰 공업 등과의 역할 분담은 난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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