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고소득자. 조금씩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말이다. 사회의 기득권층, 가진 자를 가리키고 있다.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 가진 자들과 관련해 어떤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나. 그 용어의 사용은 한 국가 사회의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가진 자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오히려 친화적이다. 그 경우 그 사회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주커버거. 미국을 대표하는 억만장자들이다. 이들은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과 함께 가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들 뿐이 아니다. 80명의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그래서인가. 미국의 가진 자들 하면 떠올려지는 것은 ‘관대한 기부행위’다. 미국이라고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오히려 높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귀감이 되고 있는 가진 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사회는 아직은 상당히 건강한 편이다.
요즘 한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등장하는 말이 ‘갑질’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약자인 상대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가리킨다.
이 ‘갑질’이란 말이 그렇다. 그 행위의 주체는 ‘있는 자’란 사회적 함의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재벌, 정치인 등 돈과 권력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갑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하기는 한국의 가진 자들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것이 각종 권력형 비리다.
보다 못해 교수들도 시위에 나섰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학명문 이화여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다.
최순실이라고 했나. 그러니까 대통령과 친하다는 그 이유로만 ‘갑중의 갑’행세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최씨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의혹으로 130년 만에 처음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해괴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비리가 발생했다. 그러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주요 캐스트로 등장하는 것이 재벌이고 검찰에 정치인이다. 그러니 ‘갑질 = 가진 자들이 하는 짓’이란 인식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 ‘갑질’과 대조되는 신조어가‘ 헬조선’이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형성된 기득권층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에서 나온 단어가 ‘헬조선’이다.
온갖 권력형 비리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은 더해간다. 그 박탈감은 그리고 분노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헬조선’이란 단어가 지닌 또 다른 함의다.
안보가 위태롭다. 더 위태로운 것은 경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지옥(hell)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달고 있다. 기득권층의 ‘갑질’의 업보인가, 아니면….
서울발로 전해지는 뉴스들에 아예 눈을 감고 싶은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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