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선승복 여부 “그때가서 말할것” vs 힐러리 “소름끼친다”
▶ 트럼프캠프도 불복 거듭 시사…NYT-WP 등 미국 주요 언론 융단폭격
‘트럼프 승리 더 멀어져’ 관측 속 ‘굳히기’ vs ‘뒤집기’ 대혈투
19일 3차 TV토론장의 힐러리 클린턴(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9일 선거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3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트위터나 유세를 통해 '선거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왔으나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예 선거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그것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 무대에서 공식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2000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가 플로리다 주(州) 개표논란이 일면서 입장을 번복해 연방대법원의 재검토가 진행되는 등 한 달 넘게 논란이 일었지만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불복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고 전례도 없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 시사는 다른 쟁점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면서 남은 대선 기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대선후보 클린턴과 클린턴캠프는 물론 미 주요 언론도 트럼프의 발언에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19일 3차 TV토론장의 힐러리 클린턴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제3차 TV토론에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묻는 말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면서 불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끝까지) 애를 태우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클린턴은 즉각 "끔찍하다"면서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트럼프 대학' 소송을 진행 중인 사법 시스템을 포함해 어떤 것들이 조작됐다고 주장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끌어내리는 말만 한다.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이 같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도 선거조작 의혹을 계속 부각하면서 불복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이날 토론에서 "부정직한 언론 기관이 유권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고 등록이 불가능한 수백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한 상태"라고 주장한 것이나 트럼프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이 20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 나와서 입증, 확인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이번 선거는 사기꾼 힐러리를 미는 부정직하고 왜곡된 언론에 의해 완전히 조작됐다. 많은 투표소에서도 그렇다(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7일에도 트위터에서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투표 사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공화당 지도부는 왜 지금 일어나는 일(선거조작)들을 믿지 않나? 순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19일 3차 TV토론장의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막판 지지층을 결집해 불리한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11년 전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하는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지난 7일 폭로된 이후 당 안팎의 전방위 비난 속에 지지율이 급속히 빠졌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에게 10%포인트 안팎까지 밀리고 있다.
미 퀴니피액대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10월 17∼18일·1천7명)에서는 클린턴이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40%에 그친 트럼프를 7%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더욱이 대선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클린턴의 압승을 점치는 시각이 점점 우세해지는 양상이다.
일례로 미 공화당 전략가인 스티브 슈미트는 이날 오전 MSNBC 방송의 '모닝조'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4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매직 넘버'는 전체(538명)의 과반인 270명이다.
이런 열세 국면을 '선거조작 프레임'으로 뒤집어보겠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이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패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비롯해 당 핵심 인사들조차 선거조작 주장을 성토하고 있는 데다가, 그의 대선 불복 시사 발언에 대해서는 당 밖은 물론 당내에서도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등 모든 주요 언론은 트럼프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나섰다.
NYT는 '트럼프의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이라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세 번째 TV토론에서 미국 유권자의 지능과 민주주의 자체를 모욕했다"고 일갈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가장 위험한 한 수"라며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훨씬 더 멀어졌다고 꼬집었다.
USA 투데이는 "반항적이며 도발적인 언사, 선거 운동의 표준을 깨는 파격,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가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마무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꼭 대선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최초의 대선 후보가 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굳히기와 뒤집기를 위해 남은 기간 말 그대로 진흙탕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 시사 발언에 더해 여성·인종·종교 차별발언과 납세회피 의혹 등을, 트럼프는 선거조작 주장 확산과 더불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실패한' 무역협정 등을 각각 물고 늘어지며 난타전을 벌일 전망이다.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 수위도 갈수록 거세지면서 역사상 가장 추잡한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클린턴을 "지저분한 여자"라고 비하했고, 클린턴은 트럼프를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라고 공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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