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건지 세상이 걱정스럽다. 아니, 분노가 치민다. 요즈음 한국의 보통 사람들의 심정이 이렇다고 한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놓고 북한 측에 물어보고 기권을 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의 일로 문재인 전 민주당대표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저자세가 지나쳐 적대세력에게 내릴 조치를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내렸다는 점에서. 물론 그 같은 지적에는 ‘그것이 만일 사실이라면’이란 전제가 따르지만.
말 그대로 그게 사실이라면 해방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가장 우스꽝스러운 대북 조치가 될 것이다.
어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다. 황당하다 못해 말문이 막힌다. K스포츠니, 미르재단이니 하는 의혹도 의혹이지만 그 ‘비선실세‘ 혹의 몸통격인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손질도 했다는 보도 말이다.
이 역시 첫 보도가 나왔을 때에는 ‘이게 사실이라면…’이란 전제가 따라 다녔다. 그런데 후속 보도에 따르면 사실로 보인다. ‘중세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청와대가 당혹감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빙성은 더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둘 다 최고권력 주변에서 일어났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그러니 허탈감이 지나 분노마저 치미고 있는 것이다.
‘소통령’들의 전횡은 어느 정권에도 있어왔다. 그러나 ‘최순실게이트’는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손질을 하고, 또 인사(人事)와 국정방향 결정 등에도 관여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고려 말 공민왕이 말년에 요승 신돈에게 휘둘린 것 같다고 할까.
결국 확산되는 것은 불신감뿐이다. 다름 아닌 정치가, 권력이 국가의 기강을 흔들고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지면서.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개헌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정치학자들도 주장해온 사실이고 역대정권에서 개헌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나 만사 때가 있는 법이다. 정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게다가 개헌은 국가와 권력의 골격을 형성하고 장래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 개헌을 이른바 ‘좌(左)순실·우(右)병우’ 의혹이 증폭되는 정황에 제안을 했다. 그 속이 보인다. 벌써부터 의심되는 것이 진정성이다. ‘최순실게이트’를 덮고 레임덕을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개헌이란 중요한 어젠다를 이런 식으로 제기한 데 대해 일부에서 분노마저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 대통령의 개헌제헌은 아무래도 악수 중의 악수 같다. ‘나 홀로 불통’ 가운데 정치권의 권력게임에 진저리가 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건 그렇고 이번 개헌제안도 혹시 최순실씨의 훈수는 아닐까. 불현 듯 그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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