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밥 딜런(75)이 수상자가 발표된 당일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예정된 공연을 치렀다. 관객들이 “노벨상 수상자”를 연호해도 일체 노벨상에 대해 언급이 없더니 수상 결정이후 연락이 두절되어 스웨덴 한림원을 애태우고 있다고 한다.
한림원은 사실상 딜런과의 연락을 포기했다고 밝혔고 오는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참에 밥 딜런이 조용히 노벨문학상을 거부했으면 한다.
그동안 노벨상 거부자는 6명 정도, 대부분 정치적 이유나 외압에서였으나 1964년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본인의 의사로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 그 이후 사르트르는 “노벨상을 받으면 작가 생명이 끝나기 쉽지만 나는 거부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밥 딜런이 “나는 이미 상을 넘칠 만큼 받았다. 나는 가진 것이 너무나 많다. 이 상은 빈곤하게 살면서도 위대한 작품을 쓰고 있는 문학인들에게 바친다”고 거부하는 용기가 있었으면 싶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는 시적으로 뛰어나 음유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60년대 월남전 반전운동과 흑인 민권 운동에서 불리면서 세상을 일깨운 공이 크다. 그의 시와 음악은 연결되어 있다지만 그래도 그는 시인이 아니라 뮤지션이다.
1950년 이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솔 벨로, 아이작 싱어 등이다.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23년 만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인데 이들 대작가들과 그의 이름을 나란히 써보자, 어울리는가?훌륭한 싱어송라이터는 한국에도 있다. 밥 딜런의 초창기 노래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가사를 한번 보자.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사람으로 불리울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포탄이 사용돼야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다네....“이번에는 한대수의 ‘바람과 나’ 가사를 떠올려보자.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 산위로 나뭇잎사이 불어가는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위로 물결같이 춤추던 님 무명무실 무감한 님...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김민기의 ‘아침이슬’도 있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개인적으로는 바람에 물어보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든 것에 초월하고 전진한 한대수와 김민기의 가사가 더 좋다. 뮤지션들이 작사 작곡한 노래가 시적, 산문적이라 하여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 문자로 표현하는 시, 소설, 수필, 극작, 논픽션 작가들은 그나마 몇 개 안되는 세계적 문학상을 구경하기도 힘들 것이다.
스웨덴한림원이 밥 딜런에게 상을 주고 싶다면 노벨문화상. 노벨음악상, 노벨공로상을 신설하든지 기존의 노벨평화상을 주면 되었을 것을 이번에 지나치게 이벤트로 몰고 간 점이 없지 않다. 더불어 가난한 것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자존심 하나로 살아오는 문학인들이 설 땅이 더욱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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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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