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 둥젠훙 지음, 글항아리 펴냄
경복궁은 중국 고대 도서인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를 모범으로 했다고 한다. 원칙은 좌묘우사(左廟右社)로, 궁궐을 중심으로 왼편(동쪽)에 종묘, 오른편(서쪽)에 사직단을 설치하는 데 한양 도성은 그대로 따랐다. 또 다른 원칙은 전조후시(前朝後市)로, 앞(남쪽)에 조정, 뒤(북쪽)에 시장으로 한양의 시장은 오른편(동쪽)에 있는 종로다. 이는 경복궁 뒤가 북악산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고공기는 평지 도성을 전제로 했지만 한국적 구조는 배산임수다.
신간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은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고대 도시 7곳을 소개한 책이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오늘날 시안)과 송나라의 수도였던 개봉(開封·카이펑), 원·명·청나라의 수도였던 북경(北京·베이징)과 함께 남부지방의 천주(泉州·취안저우), 소주(蘇州·쑤저우), 평요(平遙·핑야오), 여강(麗江·리장) 등이다. 저자는 중국 도시계획학회 상무이사를 지낸 둥젠훙으로 중국식 도시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의미를 자국인(중국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 독자는 한양과 경복궁이 본보기로 삼은 전례를 찾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즉 당나라 장안과 원나라 북경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두 도시를 지은 것이 순수 한족(漢族)이 아닌 이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장안을 지은 것은 당의 전왕조인 수나라때 선비족 출신의 우문개다. 장안성은 기존 왕궁건설에서 모호했던 주례 고공기의 개념을 처음으로 확실히 적용했다.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조정도 만들었다. 다만 시장이 앞(남쪽)에 있는데 상업활동의 편의를 위해서다.
책은 원나라 대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명·청나라 북경성인데, 이는 대도성 폐허 위에 지은 것이다. 아마 경복궁을 지은 사람들은 원나라의 대도성을 모범으로 삼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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