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게이트 파문 국민 규탄, 촛불 든 시민들 “대통령 퇴진”… 야당도 ‘하야‘ ‘탄핵’ 공론화
▶ ‘조기 대선’도 거론 “질서 있는 퇴진 통해 내년 4월대선” 주장
지난 주말 서울에선 100만명의 촛불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퇴진이냐, 완전한 2선 후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파문과 관련 12일 열린 박 대통령 퇴진 요구 3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100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6만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번 집회는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번 집회 규모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시위(주최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를 뛰어넘는다.
또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주최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3만명)보다도 참여자가 훨씬 많다. 6월 항쟁 당시 7월9일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모였던 100만 인파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번 행사는 진보 진영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도로 열렸다. 비상국민행동이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진행될 때 세종대로, 종로, 을지로, 소공로 등 도심 주요 도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또 이번 대규모 집회는 끝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한국의 시위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청와대에서900m쯤 떨어진 내자동 로터리 부근에서 청와대쪽 진출을 시도하려는 수백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13일 새벽 4시쯤까지 대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 일부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번 집회의 또 다른 특징은 야당 외에도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고루 참여했다는 것이다. 대학생, 중고생, 노동자, 농민,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 등산복을 입은 중년층,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노인 등이 고루 참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2선 후퇴 필요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누볐다.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외침으로써 박 대통령은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됐다.
당초 박 대통령에게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첫째는 하야나 탄핵 등 퇴진, 둘째는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를 구별하지 않고 국정 전권을 거국내각의 책임총리에게 넘기는 완전한 2선 후퇴, 셋째는 헌법상에 보장된 총리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책임총리제 실시 등이다.
하지만 이날 100만명의 촛불 민심은 세 번째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등 야당은 당초 ‘대통령 2선후퇴’를 주장했었으나 3차 촛불집회이후로는 ‘하야’를 촉구하면서 ‘탄핵’ 추진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당장 하야를 결단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하지 않을 경우 야당은 국회에서 탄핵을 추진하거나 진보적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과거 6월 항쟁 때 야당과 재야단체 등이 함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듯이 이번에도 야당이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비상국민행동’과 함께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할 수도있다.
박 대통령의 거취가 어떻게 되든 국정 공백과 혼란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중도에 퇴진하든 아니면 2선 후퇴를 하든 여야와 청와대가 협의해 중립적 책임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할 경우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이 경우 국민들이황교안 대행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혼란이 예상된다”고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론’도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선 후퇴한 뒤 책임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다가 예정대로 내년 12월에 대선을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대선이 앞당겨 실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조속히 퇴진한다면 황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고 내년 1, 2월 중 대선이 치러진다. 하지만 촉박한 조기 대선보다는 내년 4월쯤에 대선을 실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만일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내년 2월 취임 4주년에 맞춰 하야하겠다고 미리 선언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럴 경우 대선은 내년 4월쯤 치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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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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