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차의 라디오를 통해 투표 결과를 들었다. 너무도 뜻밖이요, 엄청난 뉴스에 착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 하다가 내가 왜 이런 고심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건으로도 착잡한 심정이었다. 둘 다 전혀 예기치 못한 너무도 예상 밖의 사건이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의 진보사회가 너무 급진함에 따라 보수적인 사람들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였다.
잘 알려진 작가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The Sun Also rise)가 문득 내 뇌리를 쳤다. 그 소설의 제목은 구약성경 전도서 1장5절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에서 가져 온 것이다. 전도서의 1장 11절은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했다.
지난 10월30일에 서양 역사의 대 혁명적 사건인 종교개혁 기념예배가 있었다. 내년이 그 주인공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의 만인성자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내 걸면서 종교개혁의 논쟁이 시작돼 그것이 개혁을 이끌어간 지 만 500년 되는 해다. 그로 인해서 기독교는 신교와 구교로 갈라졌다.
이 개혁 신교가 유럽에 퍼지고 그 여파로 미국이라는 대륙에 새 식민지가 열리고 또 덩달아서 현대 철학이라는 것이 일어나 민중은 국가 혹은 사회의 지도자들에 생각 없이 복종만 하지 않고, 개개인이 생각을 하며 판단을 하고 인류의 문제를 토론하는 세상이 왔다. 이 새로운 풍조는 현 사회의 자유와 민주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진보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진보라는 것과 보수라는 것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 세상에,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 마치 바닷물이 자갈 깔린 해변을 들락날락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류사회는 변화무쌍하지만 이런 현상은 항상 있어왔다.
사회의 진보 속도에 대한 다른 시각들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빨리 앞으로 가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너무 빨리 앞으로 가는 것이 불안하다고 여기면서 속도를 조율하려는 마찰로 보면 될 것이다.
요즘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moving forward)”라는 말이 상투어가 되었다. 하지만 발전과 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목표와 방향으로 가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 현직 대통령이 천방지축 선거유세를 했어도 대통령 당선자를 백악관에 초대해서 순조로운 업무 인계를 논의하는 그들의 침착하고 신사적인 태도가 놀랍기도 했다. 대선은 끝났고 당사자들은 이제 흥분했던 민중을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참 앞으로 갔다고 여기면서 계속 속도를 높이려 했던 세력은 싫건 좋건 간에 잠시 숨을 돌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해는 다시 뜨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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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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