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탄생 래리 시덴톱 지음, 부글북스 펴냄
‘아름다운 개인주의’. 이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 화장품의 광고카피다. 개인주의가 아름답다는 도발적인 저 카피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아마도 서구화된 교육과 문화권에 살고 있음에도 개인주의는 곧 개인주의자로 왜곡·해석돼 이기주의자로 지탄받기 일쑤인 사회적 분위기 탓에 왜곡 없는 개인주의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문화에서는 개인보다는 전체, 나보다는 타인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나’라는 개인은 전체에 존재하는 일부이거나 타인에 대한 상대방의 개념으로 여겨지는 풍토 또한 강하다.
이렇듯 오해이기도 하고, 로망의 대상이기도 한 개인주의란 대체 무엇일까. 동양문화권에서는 이렇게 오해받는 개인주의지만 이는 서양문화에서는 자유주의와 함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가치다. 그뿐 아니라 개인은 시민 사회를 탄생시킨 주체 그 자체였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고 개인의 양심과 개인의 선택이 이토록 존중받을 수 있었던 것도 개인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은 ‘개인’이라는 개념의 탄생을 비롯해 자유주의의 역사를 밝히며, 개인을 바탕으로 한 양심과 자유는 서구 2,000년 역사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정치철학자인 저자는 서양에 개성과 자율, 그리고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향의 근원을 기독교에서 찾는다. 그리스, 로마에서도 사회의 최소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었으며 가부장 사회로서 고대 가족은 구성원들을 억압했지만, 기독교가 이런 흐름을 바꿔놓았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처음부터 개인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 지도자와 세속 지도자들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개인의 도덕적 힘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광범위한 법적 권리를 보호받는 결실을 맺기까지 몹시 더디고 힘겨운 발걸음들이 그려져 있다. 아울러 오늘날에는 서양에서도 자유주의의 전통이 상당 부분 약해졌음을 이 책은 전하면서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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