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문제로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뉴욕 일원에서 노숙자 신세로 떠돌던 이유용 할아버지<본보 2월11일자 A3면>가 한인 독지가의 도움으로 지난 12일 밤 비행기를 타고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이 할아버지는 출국하기 전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이었는데 한줄기 희망을 본 것 같다”면서 “아무 것도 아닌 저를 위해 선뜻 호의를 베풀어준 독지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본보를 통해 이 할아버지의 사연이 신문에 실리자 뉴욕과 뉴저지는 물론 LA 등 전국 각지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는 독지가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해외 한인 노숙자들의 고국송환을 돕고 있는 단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씁쓸함이 남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을 마케팅의 소재로 삼아 단체의 이름을 알리는데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독지가들의 온정 답지 기사에 자신들의 단체가 다른 노숙자 단체와 함께 소개됐다는 이유로 강력한 항의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누구의 도움이든 결론적으로 할아버지가 한국에 무사히 돌아가게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이 단체의 관계자는 “우리가 추진하려는 일을 왜 중간에서 훼방을 놓느냐.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기사에서 빼달라“며 따져 물었다.
이처럼 노숙자 도움을 놓고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얼마 전 또 있었다.
연고자도 없이 노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지면을 통해 알려지자 한 한인 장의사가 무료 장례식을 치러주기 위해 노숙자를 돌보던 단체에 연락했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 당한 것이다. 이 단체가 ‘후원자들이 이 장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자가 한인 노숙자 문제를 취재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노숙자 쉼터로 운영되던 만국교회에서 추위에 떨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숙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후 시카고의 한 식당업주의 도움으로 2명의 노숙자들이 취직에 성공했다. 이후 그 노숙자들이 보내온 감사편지는 기자로 활동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였다.
요즘 다시 노숙자 취재를 하다보면 당시 노숙자들이 보내온 편지 중 한 글귀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일을 부려먹고 한 푼도 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노숙자들의 입장에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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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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